러시아 항소심, 미 농구선수 그라이너 항소기각..."9년형 유지"

입력
2022.10.26 00:30

러시아 법원은 25일 러시아 방문 중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돼 9년 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자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의 항소를 기각하고 판결을 유지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지역 항소심은 9년 형을 유지한 판결과 함께 그라이너의 복역 형기가 재판전 구금 기간을 고려해 다시 계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는 재판전 구금 1일이 형무소 복역 1.5일 분으로 간주돼 그라이너 수형 기간은 약 8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프로 정규시즌을 마친 그라이너는 예년처럼 비시즌 기간에 외국 팀 계약 출전을 위해 올 2월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나 세레메티에포 공항에서 짐 속에 마약 대마초가 든 전자담배 통이 발견된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높아질 때에 이렇게 체포된 그라이너는 8월4일 1심에서 공항 경찰 증언 후 유죄 판결과 9년 형을 받았다.

그라이너는 이날 재판에서 짐 속에 전자담배 통이 있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미국서 급하게 짐을 싸느라 실수로 꾸려진 것이며 범죄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통증 해소용으로 대마초를 미국 병원서 처방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의 9년 형은 죄목의 최대형 10년에 가까운 것으로 변호사들은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했으며, 비슷한 사건의 피고인들은 평균 5년 형을 받았고 이 중 3분의 1이 가석방 조치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그라이너에 중형을 내린 배경엔 러시아의 당국의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가 냉전 이후 최고로 나빠진 상황에서 미국 감옥에 수감된 러시아인 중죄인과 교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그라이너의 1심 판결 직전에 그녀를 "다른 나라 사법당국에 의해 잘못 억류된 미국인" 중 한 명으로 언명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라이너 석방 요구가 미국 내에 점증하자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7월 '교환 석방안'을 러시아에 제시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발표했다. 그라이너와 함께 간첩죄로 16년형을 받아 러시아 형무소에 복역 중인 미국인 폴 훨런의 교환 석방시도도 언급됐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그라이너와 훨런을 석방시키기 위해 국무부가 미국 감옥서 교환 석방하려는 러시아인 수감자가 25년 형을 받은 빅토르 보우트라고 보도했다. 보우트는 미국 거래상으로 별명이 '죽음의 상인'이다.

백악관은 러시아로부터 아직 생산적인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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