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와 키움의 플레이오프는 한국의 라이벌 일본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맞붙을 한국의 전력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구리야마 히데키(61)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이 직접 잠실구장을 찾아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지켜봤다.
일본프로야구 재팬시리즈가 한창인데도 한국을 방문한 구리야마 감독은 잠실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WBC 준비 차원에서 왔다”며 “한국 야구 대표팀은 저력이 있는 팀이라 피부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방한 이유를 밝혔다.
구리야마 감독은 눈여겨 보는 선수로 ‘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와 베테랑 타자 김현수(LG)를 콕 찍었다. 또 한국 대표팀의 투수력에 대해서는 “짧은 이닝을 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불펜진을 주목했다.
숙명의 라이벌 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야구의 투타 기둥이자, ‘바람의 가족’으로 뭉치는 이정후와 고우석(LG)이 화끈한 무력 시위를 했다. 이정후는 24일 1차전에서 안타 2개를 모두 2루타로 장식했다. 3회에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고, 8회엔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치고 2루에 안착했다.
특히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 이정후는 일본 투수의 경계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0.349)과 안타(193개), 타점(113개), 출루율(0.575), 장타율(0.431) 타이틀을 쓸어 담은 이정후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첫 ‘가을야구’ 문턱이었던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에 3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17경기)도 이정후의 손에서 새로 쓰였다.
내년 1월 이정후의 여동생과 백년가약을 맺는 구원왕 고우석도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팀이 6-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시속 150㎞대 강속구 3개로 베테랑 타자 이지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또 한 명의 베테랑 이용규도 153㎞ 직구로 3루수 땅볼 처리했다. 신예 임지열을 상대로는 직구를 1개도 던지지 않고 커브와 커터, 슬라이더 변화구만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에서 다양한 변화구까지 섞어 던져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 LG 포수 유강남은 “고우석이 팔색조 투수가 된 것 같다”며 “이번 가을 야구에서 진화한 모습으로 더 확실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