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신인도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이 재정 건전성과 약자 복지에 초점을 맞췄음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면서 본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결국 재정수지 적자를 빠르게 확대시켰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을 겨냥해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 재정'이란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다.
재정 건전화와 함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약자 복지' 강화를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기초생활보장 지원 △사회보험 지원 대상 확대 △장애인 및 한부모 가족 맞춤형 지원 등의 예산 지원 계획을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관련해 "안보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며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 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3축 체계 고도화를 위한 예산도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새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직접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시정연설은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같은 시간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반쪽짜리 시정연설'로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야당 탄압 중단하라', '국회 무시 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 특정인의 사당은 아니지 않느냐. 공당으로서 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