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北 억류자 가족들 만난 이유는

입력
2022.10.21 17:00
장관으론 처음… "모든 수단 동원해 노력"
황준국 대사도 유엔에서 '北 인권' 지적
北 인권결의안 참여 앞서 대북 압박 고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가족들을 만났다. 통일부 장관이 북한 억류자 가족들을 만난 첫 사례로, 인권 문제를 정면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유엔에서도 북한 인권을 고리로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권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에 억류된 국민 2명의 가족과 면담했다. 그는 "억류자 문제가 10년 가까이 됐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 억류자는 2013년 이후 6명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거나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진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이다. 이날 면담에는 선교사 김정욱씨의 형과 다른 억류자 1명의 가족이 참석했다.

이들의 근황이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했던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억류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북측에선 6명의 석방 문제에 대해 관련 기관에서 검토 중이라 설명했다"고 말했으나 이후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도 이날 면담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거의 최악인 상태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한계를 인정하며 "지난 정부에서도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던 부분이어서 쉽게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뾰족한 해법이 없는데도 권 장관이 억류자 가족들을 만난 건 북한의 주의를 환기하고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역대 정부에서 억류자 가족들은 통일부 차관이 만났고 장관이 나섰던 적은 없다. 그만큼 정부의 해결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말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4년 만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우리 문화 유입을 막기 위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판하고 북한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정부가 국내외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건드린 셈이다.

황 대사는 같은 날 '여성, 평화, 그리고 안보'를 주제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도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한국에 온 탈북자 3만4,000여 명의 72%가 여성인데 그들 중 다수가 수년간 구금, 인신매매, 송환, 고문과 잔혹한 처벌을 포함한 위험을 견뎌낸 후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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