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경기라인' 인사들을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리면서 이 대표를 겹겹이 포위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대통령 후보 당시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들이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포문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지원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되면서 열렸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올해 7월 쌍방울 측에서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됐다. 캠프 합류 전에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그는 부지사 시절 아태평화교류협회를 통해 쌍방울 측 지원을 받으며 대북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연결고리로도 지목받고 있어 수사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이 대표가 '측근 중 측근'으로 인정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성남지청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2017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에 용도변경과 인허가 편의를 봐주고 성남FC에 후원금 160억 원을 내도록 한 혐의로 이 대표와 정 실장을 동시에 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두산건설 대표와 성남시 직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먼저 기소하면서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관계자들과 공모했다'는 점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 실장에게 성남FC의 실질적 운영을 맡긴 정황과 직접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이 대표와 정 실장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검찰이 1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대표를 향한 수사의 '마지막 정류소'로 받아들여진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후보 시절 캠프 조직부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경기도 대변인을 지내며 '이재명의 입'으로 불린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선 경선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지낸 점에 주목하고 '대선 자금 조달과 조직관리를 한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에게 수차례에 걸쳐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에서 8억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이 대표가 대선 경선 캠프를 꾸리던 무렵으로 김 부원장은 그해 7월 총괄부본부장에 올랐다. 검찰이 김 부원장 체포영장에 '대선자금 전달'이라고 적시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도 수사 대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들이 잇따라 검찰에 포위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측근들의 공소장이나 체포영장에는 이 대표 이름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다만 김용 부원장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파급력이 큰 대선자금 수사라는 점에서 검찰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이 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 제1야당 대표를 타깃으로 삼고 있어, 수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