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권론' 다시 꺼낸 이해찬 "될 때까지 하는 게 제일 중요"

입력
2022.10.17 21:00
222년간 개혁세력 집권 DJ·노무현·문재인뿐
"10살 꼬마가 '5년 금방 간다'… 역사에 믿음"
이재명 "민주주의 역사 퇴행 않도록 노력"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과거 대표 시절 언급한 ‘20년 집권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의 정치 인생 50년을 돌이켜 본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개혁적인 진영이 20년이 아니라 할 수만 있으면 더 해서 어느 정도 축이 쌓여야 한다”며 “우리가 졌다고 해서 그 말(20년 집권론)이 틀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보수 세력의 힘이 훨씬 세다. 보수라기보다도 극우 세력에 대응할 만한 역량을 가진 분야가 별로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벼랑 끝에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놓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지금의 정치 지형을 진단했다. 그는 “정조대왕이 1800년에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 222년 동안 민주적, 개혁적인 정권이 집권한 것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5년, 노무현 5년, 문재인 5년 등 15년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직후의 일화를 소개하며 “엄마가 대선에서 지고 나서 한숨 쉬니까 10살짜리 꼬마가 눈치채고 ‘엄마 걱정하지마, 5년 금방 가’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세력이 들어와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집권하는 것을 보고서 절망을 느꼈다가도 ‘우리가 박정희도 이겼는데 전두환 7년을 못 이기겠느냐'(생각했다)”며 “실제로 (전두환 정권이) 7년밖에 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민주화 과정을 떠올리면서는 “우리는 한 번도 폭력적으로 정권을 바꾼 적이 없다. 한 번도 우리 국민이 총칼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맨손으로,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게 아니고, 계란으로 바위를 떠밀어서 바다로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당원 토론회에서 처음 언급한 20년 집권론을 다시 꺼내든 것은 지난 대선 패배를 딛고 다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이 전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은 우리가 좀 어렵게 살고 힘들었지만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다음 사람들이 또 이어가서 열심히 하고 정성스럽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남은 굽이가 그렇게 어려운 굽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면 축사를 통해 “이 전 대표가 꿈꿨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됐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 미완의 것이 남았다”며 “함께 꿈꾸며 마음을 모으면 또다시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늘 회고록을 내셨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지금껏 만들어온 민주주의 역사가 퇴행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김윤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