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 계열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알핀'이 일부 모델에 대한 국내 생산 및 판매를 검토한다. 프랑스 현지에선 최근 방한한 루카 데 메오 그룹 회장이 부산 공장을 중대형차 수출 허브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알핀 등 그룹 내 일부 전략 차종 생산 등을 통해 부산공장의 역할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로랑 로씨 알핀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테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2 파리모터쇼 언론 공개행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최근 방한 기간 중 한국에서도 알핀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알고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두 개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 및 판매해 보는 구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공장 생산이 현실화하면 주력 모델 A110 라인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핀의 한국 내 생산 및 판매 가능성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카와 레이싱카 전문 브랜드 알핀은 충성 고객층은 있지만, 수익성이 나빠 업계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2020년 7월 취임한 데 메오 회장은 알핀 브랜드를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위기설을 잠재웠다.
알핀을 키워보겠다는 데 메오 회장에게 화답하듯 로씨 CEO는 이날 수년 내 수익성을 확보해 그룹 내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자체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갖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울 것"이라며 "2026년에 수익을 내고 그 이후엔 최대 5배 이상 수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알핀은 현재 브랜드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이다. 이날 로씨 CEO에 따르면 알핀은 기존 경주차(레이싱카) 집중 생산 체제에 변화를 줘 대중성 높은 차량(로드카) 생산을 늘리고, 순수 전기차와 함께 이번 행사에서 콘셉트카가 공개된 수소차 버전의 알펜글로우(Alpenglow)도 개발해 친환경차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수익성 높은 차들을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데 메오 회장의 방향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데 메오 회장이 한국을 ①전동화 과정에서 필수인 소프트웨어 기술이 앞서 있고 ②배터리 등 주요 부품 공급이 원활한 데다 ③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많아 수출 다변화가 가능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을 비춰봤을 때 르노 그룹이 부산공장 및 한국 시장을 '돈 버는 무대'로 보고 재기 무대로 삼을 수 있을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데 메오 회장은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6년 동안 수억 유로를 투자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르노는 이번 행사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르노 4에버(4EVER) 트로피 콘셉트'를 공개하고, 전동화에 속도를 내 2030년까지 르노 그룹 전체의 90%를 전기 제품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사다리꼴로 여겨질 정도로 차량 하부에 비해 위쪽 폭이 좁은 4에버 콘셉트는 내장형 타이어 공기 주입 장치가 있는 19인치 휠에 스페어 타이어도 지붕에 달 수 있게 디자인됐다. 검정 전면 수평 그릴엔 둥근 헤드라이트와 캡슐 모양의 테일라이트도 눈에 띈다. 르노 측 관계자는 "실제 모델은 2025년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