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네 번째 시험을 앞두고 있는 반려인능력시험 고양이 부문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김명철 수의사(한국고양이수의사회 이사)가 응시자들에 전한 엄포(?)입니다. 김 수의사는 고양이 부문 시험을 준비하는 보호자들에게 어떻게 준비를 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음.. 뭔가 ‘국영수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는 뻔한 얘기처럼 들리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김 수의사가 출제를 맡은 ‘고양이 행동학’ 쪽에서 좀 더 구체적인 팁을 줄 수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흔히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두 동물의 차이는 큰데, 특히 행동과 관련해서 두드러지죠. 그만큼 고양이 행동학에 대해서는 집사들이 다소 어려워할 수 있을 듯해요.
김 수의사의 귀띔에 다소 욕심이 난 에디터는 조금 더 팁이 듣고 싶었습니다. “조금만 더 자세한 설명은 어려우실까요?”, “안돼요~. 이 이상은 사전 문제유출이나 다름 없다고요!”
“‘내 새끼’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려인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2019년부터 실시된 ‘반려인능력시험’, 그 네 번째 시험이 6일 뒤인 23일 오전 11시(강아지), 오후 1시(고양이)에 온라인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아마 반려인능력시험이 매우 어렵다는 악명(?)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시험이 끝난 뒤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난이도에 대해 ‘어려웠다’고 응답할 정도였죠. 그래서 이번 시험을 앞두고 가열차게 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반려인 여러분을 위해 동그람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정보를 얻어왔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주최측과 출제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반려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문제들로 채워졌다’ 입니다. 난이도가 어렵다 하더라도 반려동물을 위해 이 정도는 꼭 알아야 한다는 의미겠죠? 실제로 주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시험에서는 적정 음수량이나 사료 급여량 등 수학 공식을 대입해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는데, 이 부분을 많이 어려워했었다고 해요. 아마 이런 문제가 출제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점도 있겠죠. 이 관계자는 “난이도 조절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서 “어려워할 만한 유형의 문제들은 동그람이 뉴스레터 ‘꼬순다방’에서 제공하는 예상문제를 통해 공개한 만큼, 여기에 집중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스레터 '꼬순다방' 구독하기)
반려견 분야의 질병 및 건강관리 출제를 맡은 안성택 보광동물병원 원장(한국수의심장학회 상임이사)은 “질병과 건강관리의 경우 꼭 알아야 할 기초 질병을 묻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소화기, 호흡기, 심혈관계, 골격계, 비뇨생식계 등 반려견 신체 기관 전반에 걸쳐서 흔하게 나타나는 기본 질병에 대해 공부하면 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반려인능력시험에서는 처음으로 반려견 분야에 한정해 ‘실기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응시자 중 희망자에 한해 고득점자 50명을 따로 선정해 다음달 13일 서울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실기합니다. 필기시험에서 고득점을 확보한 반려인들이 실제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를 확인하는 만큼 실기시험은 ‘반려고수 끝판왕’을 가려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기시험을 실시하는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독일 니더작센 주는 2013년부터 ‘반려견 면허시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되는 시험이죠. 이 시험은 이론과 실기 시험으로 나뉘는데,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입양 1년 이내에는 반드시 실기 시험도 통과해야 합니다. 만일 시험을 보지 않으면 최대 250유로(약 33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니더작센 주의 실기 시험에서는 개를 얼마나 잘 통제하는지, 도로에서 목줄을 어떻게 다루는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거나 회피하는지를 확인합니다. 시험의 주된 평가 대상은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인입니다. 즉, ‘개가 얼마나 교육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개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는 뜻이죠.
반려인능력시험 실기시험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시험입니다. 실기시험 문제를 설계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김민희 스파크펫 트레이너도 비슷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산책 중 반려견이 난감해할 만한 상황에 반려인이 잘 보조해 안전한 산책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평소에 반려견과 유대감을 잘 유지하고 필요시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눈맞춤, 앉아, 기다려 등을 연습하면 어렵지 않다”며 좋은 결과를 기원했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시험일 겁니다. 지난해에는 최고 점수가 강아지 분야, 고양이 분야 모두 88점이었고, 중간 점수대도 60점대였으니까요. 아무리 난이도 조절을 하더라도 출제위원들이 모두 이 시험에 진심으로 대한 만큼 지난해에 비해 많이 쉽거나 하진 않을 듯해요.
그러나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고 좌절 금지! 이 시험의 목적은 고득점이 아니라 반려인으로서 내가 어떤 걸 더 알아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김명철 수의사도 “점수에 연연하기보다 내 반려동물을 위해서 좀 더 배워가겠다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