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3,000만 주 터진 신라젠... '단타' 놀이에 개미 무덤 될라

입력
2022.10.13 17:29
시간 외 거래서 매도 쏟아지며 반토막
개장 직후 상한가... 롤러코스터 탄 주가
"높은 변동성에 투기 세력 붙은 듯"

"'천하제일 단타 대회'가 열릴 것."

13일 신라젠 거래가 2년 5개월 만에 재개되자, 투자자들은 이같이 말했다. 거래 정지 기간이 긴 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짧게 치고 빠지며 시세 차익을 보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예상대로 이날 신라젠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전 시간 외 거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기준가의 최하단인 6,050원을 찍었다. 거래 재개 종목은 직전 종가(신라젠은 1만2,100원)의 50~200% 범위 내에서 기준가를 정한다. 다만 개장 직전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준가는 8,380원으로 정해졌다.

개장 직후에도 요동치긴 마찬가지였다. 5분 만에 상한가(기준가보다 30% 더 높은 가격) 1만850원을 달성해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됐다. VI는 2분 동안 단일가로 매매하도록 해 과열을 완화하는 조치다.

이후 소폭 밀렸던 주가는 강한 매수세로 인해 오전 11시 24분 다시 상한가에 도달했다. 이는 장마감까지 이어졌다. 매도 없이 매수 신청만 발생했다는 뜻이다. 마감까지 매수 신청 물량은 430만 주. 이날 하루 신라젠 거래량은 코스닥 총 거래량의 4%인 3,000만 주였다. 개인이 160억 원, 외국인 2억5,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기관은 210억 원 가까이 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강한 매수세가 공격적인 투기 자금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실제 이날 주식 커뮤니티엔 "단타 치러갔다 (투자금의) 18% 먹고, 담배 19갑 벌었다", "26% 먹고 한 달 월급 벌었다" 등의 후기가 게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치를 부여해 장기적으로 가져가기에는 많이 불확실한 종목"이라며 "오늘 코스닥이 하락한 반면 신라젠은 급상승하자 투기 세력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종가 기준 2020년 5월 4일(641.01) 이후 가장 낮은 651.59에 장을 마쳤다. 전장보다 3% 하락한 결과다. 장중 650.39까지 밀려 연저점도 경신했다. 코스피 역시 하루 만에 2,200선 아래로 떨어져 전장 대비 1.8% 내린 2,162.78에 마감했다. '성장주' 카카오 4총사, 네이버 모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저녁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청사진을 그리기엔 불확실성이 크지만 신라젠 주주들은 주가 부양을 소망했다. 이날 상한가는 직전 종가에 비해 아직 10% 낮다. 소액주주연합은 성명을 통해 "사망 판정을 받았던 환자의 박동이 다시 뛰는 듯한 격렬한 느낌"이라며 사측에 "조속한 시간 내 성과를 도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라젠 최대 주주 엠투엔과 주요 주주 '뉴신라젠투자조합1호'도 보유 주식 전량을 최대 2025년 10월까지 의무 보유하겠다고 공시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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