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9명은 자신도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국 6,243명의 교사가 참여한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71.1%는 '매우 그렇다', 21.8%는 '그렇다'고 답했다. 신고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교사가 92.9%나 되는 셈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민원) 대상이 되거나 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들도 61.7%나 됐다.
교사들이 이처럼 아동학대 신고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수업 및 생활지도 전반이 아동학대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례 중에는 △청소시간에 학생은 청소를 하는데, 교사는 청소를 하지 않았다 △유아를 두고 교사가 화장실에 다녀왔다(유치원) △손을 안 든 학생에게 발표를 시켰다 △목소리를 엄하게 했다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아동학대와 수업·지도의 경계가 모호한 내용들이다.
손균자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교사의 교육적 행위 하나하나가 모두 아동학대 검열의 대상이 된 지금, 교사들은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위해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고 싶다는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급식 지도 중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인 죄, 아이에게 힘든 숙제를 낸 죄, 아이가 넘어지는 걸 못 본 죄까지 교사들을 아동학대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죄가 확정되는 비율은 극히 적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교사 중 1.5%만 '유죄 확정을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들었다'고 응답했다.
전교조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이후의 처리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도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교사는 죄인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허위신고에 대해서도 교사는 입장을 소명할 기회도 없이 학부모의 분리조치 요구로 병가와 연가를 강요당한다. 담임을 박탈당하거나 교장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과를 종용받는 경우도 흔하다. 실태조사에서도 응답 교사의 91.6%는 '소명 기회와 진상조사가 없다'고 답했다.
교장이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구를 묵살했다는 응답도 75.6%였다. 아동학대 민원이 들어오면 관리자인 교장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아동학대 민원을 무시한다'는 제2의 민원을 두려워해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교조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의 매뉴얼은 가정 중심의 아동학대에 치우쳐 있어 학교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아동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 및 교육권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를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 맞는 실무 매뉴얼과 교육적 해결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