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배정받자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우크라이나 대표의 항의를 수용해 방을 재배정했지만, 최근 더욱 악화한 전황 등 냉각된 양국 관계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스타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호텔 방을 지난 3일 배정받았다. 주최 측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를 룸메이트로 선정한 사실을 밝히며 "이번 대회의 캠페인은 '전쟁과 폭력을 중지하라'이다"라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이 장기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화해를 의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 대표 바실리브는 주최 측에 강력 항의했다. 그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며 "나는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내 형제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가 입장문을 올린 다음 날 새로운 방을 배정받았다.
바실리브는 방을 옮긴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란색과 파란색 깃털을 가진 앵무새 사진 등을 올리며 애국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대회 준비를 위한 운동 영상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 국군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 아스타셴코바는 "나 역시 가족들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며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이는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내가 대회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충분히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우정과 사랑, 세계의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미인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하는 세계적 미인대회다. 올해는 11월 1일까지 진행된다. 전 세계 71개국에서 참가했으며, 한국 대표로는 이주연씨가 참여했다. 인기투표에서는 13일 현재 러시아 대표 아스타셴코바가 38%를 득표해 미스 태국 대표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공화국의 대표(미스 크리미아 율리아 파블리코바)도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