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체육선수들의 주중 학습권 보장을 위해 2020년 도입된 주말 스포츠대회 활성화 정책의 성과가 '낙제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 추진 이후 주중 열리던 대회가 주말 개최로 전환된 사례가 지난 2년간 2%를 밑돌다 보니 관련 예산의 90% 이상이 사용되지 않았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주중에 열렸던 스포츠대회가 주말로 전환된 사례는 2020년 1개 종목(세팍타크로·4개 대회), 2021년 2개 종목(수상스키·웨이크보드, 소프트테니스·2개 대회)에 불과했다. 각 연도별 주중대회(주중과 주말 모두 열리는 대회 포함) 건수가 각각 156개, 299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대회의 2.5%, 0.6% 수준이다. 지난 2년간 종합하면 1.3%에 불과하다.
전환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정책 추진 예산은 남아돌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는 주중대회를 주말로 전환할 경우 주최 측에 경기장 임차료와 심판·운영요원 수당 등을 지원해왔다. 관련 예산은 2020년 27억3,500만 원, 2021년 19억1,000만 원이었는데, 집행이 완료된 금액은 각각 1억4,300만 원(5.2%), 6,100만 원(3.1%)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불용예산'으로 처리됐다. 올해도 10억 원의 예산 중 지난달까지 2억500만 원만 사용돼 집행률이 20%에 머물고 있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 2019년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명분으로 △출석 인정 일수 축소 및 학기 중 주중대회 금지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 등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이를 수용해 평일에 열리는 대회가 주말에 열리도록 스포츠업계를 설득하는 등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와 달리 정작 당사자인 학생 선수들의 견해는 이와 달랐다. 가톨릭관동대가 대한체육회의 의뢰로 지난해 실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선수의 41%가 주말대회 개최에 부정적이었다. 긍정적인 응답은 23%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휴식 시간 부족'을 들었다. 주말대회를 치를 경우 주중에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벅차다는 이유였다.
이 의원은 "스포츠혁신위의 권고가 오히려 학생 선수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시켜 학교 밖으로 내모는 폐단을 낳고 있다"며 "문체부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 체육정책의 방향을 올바르게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제도 개선 방침을 예고했다. 문체부는 지난 8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를 점검한 결과 현실에 맞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6월부터 체육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