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H W 부시가 연방대법원 판사로 지명한 클래런스 토머스(1948~)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1991년 10월 11일 시작됐다. 9월 인준 청문회와 별도로 열린, 그의 성희롱 혐의 청문회였다. 토머스가 교육부 인권위와 고용기회평등위원회 재직 시 여성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해 FBI가 “확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하지만 인준 표결 직전인 10월 6일 공영방송 NPR가 당시 오클라호마 로스쿨 교수였던 애니타 힐(Anita Hill, 1956~)의 피해 증언을 방영했고, 방송 다음날 힐이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증언” 의사까지 밝혔다. 공화당으로서도 2차 청문회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흘간 진행된 TV 청문회에서 힐은 시종 침착한 어투로 "토머스의 지속적인 사적 만남 요구와 음담패설,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는 말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힐은 토머스가 자신이 본 포르노의 연기, 강간·수간 장면 등을 수시로 묘사하곤 했고, 한 번은 자기 콜라 캔을 가리키며 ‘여기 누가 음모(陰毛)를 붙여 뒀느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토머스는 청문회 자체를 ‘서커스’이자 ‘국가적 수치’이며, '건방진 흑인에 대한 고등 린치'라며,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나무에 매다는 대신 미 상원에서 사형(私刑)당하고 파괴되고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메시지"라고 항변했다.
전원 백인 남성이던 상원 법사위원들은 초당적으로 힐을 모욕하거나 방관했다. 공화당 소속 한 의원은 소설 ‘엑소시스트’의 한 구절인 '내 술잔에 외계인의 음모가 떠 있다'를 인용하며, 토머스에게 “(힐의 증언이 그 구절과 유사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힐의 거짓말 테스트 결과를 두고도 다른 의원은 “신뢰할 만한 과학적 정보에 따르면 망상장애 환자는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52대 48로 청문회를 통과했다.
당시 법사위 위원장이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훗날 이 청문회의 과오를 공개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