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수용체(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HER2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보다 전이· 재발이 잦고 예후도 나쁘다. 이에 따라 HER2 양성 유방암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술하기 전에 '선행 항암 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을 시행한다.
그런데 카보플라틴 용량을 줄인 'TCHP 선행 항암 요법'을 쓰면 치료 효과는 유지되고 부작용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성귀(유방외과)ㆍ김지형(종양내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지정환 국제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 연구팀이 2015년 4월~2020년 12월 HER2 양성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TCHP 선행 화학 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 294명의 완전 관해 비율과 빈혈, 수혈 빈도를 분석한 결과다.
‘TCHP(탁산ㆍ사이클로포스파미드ㆍ허셉틴ㆍ퍼제타) 선행 항암 요법’은 세포 독성 항암제(도세탁셀·카보플라틴)와 표적 항암제(트라스트주맙·퍼주투맙)를 섞은 치료법이다. 이 요법은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ㆍCR) 비율이 50~60%여서 표준 치료법으로 쓰인다. 이 요법은 다만 완전 관해율은 높지만 세포 독성 항암제에 따른 부작용이 수반한다.
고용량 카보플라틴이 주입되면서 빈혈과 혈소판 감소 같은 혈액학적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작용은 수혈이 필요하며 수술 치료를 늦추게 할 수 있어 고령 및 취약 요인을 가진 환자에게는 TCHP 선행 항암 요법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이 환자를 카보플라틴 표준 용량 AUC6(최대 900㎎)과 저용량 AUC5(최대 750㎎)를 받은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완전 관해율이 AUC6 집단에서 70.9%, AUC5 집단에서 80.0%로 나타났다.
다른 임상 인자를 보정한 매칭 그룹에서도 카보플라틴 용량에 따른 관해율은 각각 76.8%과 78.6%로 카보플라틴 용량에 따른 치료 결과의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카보플라틴 용량에 따른 부작용을 비교했을 때 3등급 이상 빈혈은 AUC6 그룹에서 34%였던 반면, AUC5에서는 18%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수혈을 한 경우도 각각 22%와 10%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선행 요법 주기에 따른 혈색소 감소 기울기도 카보플라틴 AUC6 집단에서 더 가파른 감소를 보였다.
연구팀은 다만 해당 연구가 후향적 연구 설계라는 점, 카보플라틴 용량에 따른 혈액학적 변화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성귀 교수는 “카보플라틴 용량을 낮추면 치료 결과가 저하될 수 있지만, 적절한 용량 조절로 부작용은 줄이고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항암 부작용은 환자 예후와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에 항암제 사용에 따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ancer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