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진입에 대한 맞불격으로 북한이 6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에 맞서 한미일 해군은 이날 동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틀 전 일본 상공을 넘기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한반도에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1분부터 6시 23분까지 북한이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이 이날 오전 4시 37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우리 군대의 응당한 조치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부당하게 끌고 간 것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낸 직후였다. 외무성은 이어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인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이날 처음 쏜 미사일의 사거리는 350㎞, 고도는 80㎞였고 두 번째 미사일은 이보다 긴 800㎞를 날아 고도 60㎞까지 치솟았다. 속도는 각각 마하 5(시속 1.7㎞)와 마하 6(시속 2.04㎞)로 탐지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다양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오고 있는데 오늘은 다른 종류를 2발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미사일을 섞어 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 두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으로 추정된다.
이날 미사일을 발사한 평양의 ‘삼석’은 그간 등장하지 않았던 생소한 지명이다. 우리에게 낯선 장소에서 여러 종류의 '미사일 섞어 쏘기'로 원점 타격과 요격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날다가 목표 지점에서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으로 요격이 까다롭다.
이날 미사일 도발은 미국이 한미일 대잠훈련을 마치고 주일 미군기지 요코스카항으로 복귀하던 레이건호의 뱃머리를 돌려 다시 동해로 진입시키자 맞대응한 성격이 강하다. 이에 지난달 30일 대잠훈련을 실시한 한·미·일은 6일 만인 이날 동해에서 레이건호 외에도 3국 이지스 구축함들을 집결시켜 북한 미사일 대응 훈련을 벌였다.
지난달 25일 레이건호 부산 입항에 대한 반발로 112일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북한은 최근 12일 사이 6차례,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쐈다. ‘미 핵항모 전개→북한 미사일 발사→한미일 연합훈련→미사일 발사→핵 항모 재배치→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는 강대강 대치로 한반도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7차 핵실험 사전 준비를 마친 북한은 핵 버튼을 누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중순(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까지 도발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격과 연합훈련의 빈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