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중 나이가 60세 이상(일부는 65세 이상)이 돼 연금을 받은 사람은 482만여 명이었다. 특례 및 분할연금을 제외한 월평균 연금액은 약 56만 원인데, 절반이 넘는 57%는 40만 원 미만을 받았다. 이 중 81만여 명(16.9%)은 한 달에 받는 연금액이 20만 원도 안 됐다.
#2.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말 597만여 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됐는데 이는 65세 이상 인구의 67.6%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329만여 명은 국민연금은 받지 않고 기초연금만 수령했다. 지난해 기초연금 수령액은 최대 30만 원이었다.
국민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는 공적연금이다. 반면 국민연금을 적게 받는 고령자를 위해 도입한 기초연금은 기여 여부를 따지지 않는 공적부조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수령, 부부 수급 여부 등에 따라 감액되지만 낸 만큼 받는 국민연금과 안 내도 받는 기초연금 액수에 별 차이가 없다는 데서 갈등이 시작됐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은 노인들은 "이럴 거면 뭐하러 국민연금 보험료를 다달이 냈냐"는 불만이 나온다. 기초연금액이 늘어날수록 역차별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이란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기초연금과의 관계 재설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5월 '기초연금법' 제정과 함께 출발했다. 2008년 1월 시행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한 제도다. 되짚어 보면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도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당시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내리고 2009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했다. 대신 소득이 적은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으로 매월 약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014년 기초연금법이 시행되며 연금 액수는 20만 원으로 두 배 올랐다. 이후 계속 늘어 올해 30만7,500원이 됐는데, 정치권은 10만 원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기초연금 40만 원 공약에 따라 정부는 내년 32만 원으로 올린 뒤 단계적으로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고 소득 하위 70%가 아닌 노인 100%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으로 인한 국민연금 개혁의 난맥상을 우려한다. 기초연금의 초점을 '최저소득보장'에 맞출 것인지, '보편적 연금'으로 설정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다가왔다. 후자의 경우 소득 재분배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의 일명 A값(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 축소나 폐지로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 대신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은 많이, 적게 낸 사람은 적게 받는 구조가 된다.
지난달 21일 국민연금연구원이 주최한 전문가 포럼에서 최옥금 연금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최저소득보장은 보장 수준에 따라 현재보다 재정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고, 보편적 연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재구조화가 불가피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르딕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르딕 국가 중 덴마크를 제외하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폐지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받는 기초연금 급여가 확대되면 중간소득 이하 취약계층은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기초연금은 개인별 환경에 맞춰 선별적이면서도 노후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