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경기 용인시의 한 농장에 방치돼 있는 개를 구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활동가가 현장을 방문하니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짧은 쇠사슬이 개의 목을 파고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목줄 길이도 너무 짧아 뜨거운 햇볕을 조금도 피할 수 없는 상태였지요. 밥그릇에는 이미 썩어버린 음식에 파리가 꼬여 있었고, 물그릇에는 흙과 먼지만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용인시에 협조 요청을 구했습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 유기∙학대한 자라도 동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서입니다. 또 학대당한 개를 수의사의 진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격리 보호할 수 있지만 보호자가 개를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합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자체의 적극적 협조와 활동가들의 설득으로 개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긴급 치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개는 살이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면서도 사람을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구조 당시 활동가를 보자 꼬리를 흔들며 가까이 오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합니다. 활동가들은 지구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이라는 뜻으로 '지구'(1세 추정∙수컷)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요.
목을 옭아매던 쇠사슬을 끊어내고 동자연 반려동물복지센터인 온센터에 들어온 날에도 지구는 사람에게 다가와 눈을 맞추고 몸을 기댔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낀 다정한 손길이 마냥 좋은지 다친 부위를 만져도, 미용(털깎이)을 해도 사람의 손에 몸을 맡겼다고 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오래 생활한 탓으로 생활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지만 치료를 마쳤고, 목 부위 상처도 어느덧 아물었습니다. 이규원 활동가는 "지구는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람과 교감 없이 살아왔지만, 사람을 보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곧장 다가온다"며 "오랜 기간 외로움을 겪어야 했던 지구를 사랑해줄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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