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성, 전 자위대원 성폭력 피해 인정... 피해자에 "깊은 사과"

입력
2022.09.29 18:21
육자 막료장 "깊은 사과 드린다"
복수 남성 대원으로부터 피해 사실 인정


일본 방위성이 전 육상자위대 소속 여성 대원 고노이 리나(23) 씨가 호소해 온 성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다.

마이니치신문과 민영방송 TBS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방위성은 2020년 가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노이 씨가 소속 부대에서 복수의 남성 대원으로부터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자를 신속히 징계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육상자위대 막료장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온 고노이 씨에 대해 육상자위대를 대표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방위성은 △소속 부서에서 일상적인 성적 발언 및 신체접촉 △지난해 6월 훈련 중 설치한 텐트에서 성적 신체접촉과 발언 △같은 해 8월 훈련 중 숙소에서 넘어뜨린 뒤 성적 신체접촉을 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측이 입막음을 시도했지만 고노이 씨는 지난해 8월 상관인 중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이를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일본 후쿠시마현 소재 육상자위대 부대에서 근무했던 고노이 씨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자위대를 떠났다. 이후 자신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가해자 대원 3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자 올해 6월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인터넷 동영상을 올려 피해 사실을 밝히고 공정한 수사를 호소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150만회, 7월부터 시작된 온라인 서명운동 참가자는 10만명이 넘는다.

사태가 커지자 지난 8월 임명된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장관은 이달 6일 자위대 전체를 대상으로 성폭력이나 괴롭힘 피해를 조사하는 특별 방위 감찰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심사회도 가해자 대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지난 9일 의결,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방위성은 이번에 확인된 사실을 수사기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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