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도 버거운데... 중국·유럽 겹악재에 쓰러지는 시장

입력
2022.09.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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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40원 돌파, 코스피 연저점 경신
중국 위안화 악재에 아시아 증시 추락
가스관 누출에 유로↓... 달러 밀어올려

28일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했다. 1,430원대에 진입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이날은 중국 위안화가 한국 시장을 집어삼켰다.

이날 환율은 18.4원 급등한 1,439.9원에 마감했다. 전장보다 4원 높은 1,425.5원에 개장한 환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오전 중 1,440원을 돌파했다. 상승폭을 계속 넓히며 오후 1,442.2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원화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건 오전 11시쯤 중국 위안화가 역외시장에서 14년 만에 달러당 7.2위안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고시 환율도 9거래일 연속 상승, 2년 3개월 만에 달러당 7.11위안을 넘었다.

간밤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8%로 낮춰 잡은 게 화근이 됐다.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아시아 개발도상국 평균(5.3%)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사흘간 양대 증시에서 120조 증발

위안화 절하에 아시아 증시는 요동쳤다. 일본 닛케이지수(-1.5%), 대만 가권지수(-2.61%), 중국의 홍콩 항셍지수(-3.6%)와 상하이종합지수(-1.58%) 모두 급락 마감했다.

장 초반 개인의 반발 매수로 보합세를 유지하던 코스피는 위안화 약세 소식 이후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하며 연저점을 2,151.6으로 다시 썼다. 사흘 연속 경신이다. 종가는 2,169.29(-2.45%)로 2년 2개월 만에 2,200을 밑돌았다. 장중 700선을 되찾았던 코스닥도 사흘 연속 연저점을 경신(668.3)한 끝에 전장보다 3.47% 떨어진 673.87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엿새 연속, SK하이닉스 닷새 연속, 카카오 여드레 연속, 네이버 사흘 연속 등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도 줄줄이 연저점을 다시 썼다. 사흘간 양대 증시에서 날아간 시가총액은 120조 원에 달한다.

정부·한은 국채 5조 매입... "채권시장 안정"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긴축을 예고한 이후 강달러의 기세에 기름을 붓는 악재들만 잇따르고 있다. 26일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에 영국 파운드화는 37년 만의 최저치인 1.03달러로 추락했다.

27일엔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에서 세 차례나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우크라이나발 악재가 더해졌다는 인식에 유로화는 20년 만에 최저치인 0.9538달러로 밀렸다. 비슷한 시간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달러인덱스)는 20년 만의 최고치인 114.72로 치솟았다.

글로벌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채권 금리마저 4%를 뚫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에 5조 원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한은은 29일 3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기획재정부는 30일 2조 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을 실시한다. 국채를 사들여 채권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을 늦추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도 증시 방어를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다. 증권 유관기관들이 공동 출연해 필요할 때 시장에 자금을 수급하는 개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가 조성됐으나 증시가 반등하면서 실제 자금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윤주영 기자
세종= 변태섭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