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석적에 대구 군부대 이전...市 승격도 한달음"

입력
2022.09.28 16:30
[이슈 & 인물] 김재욱 칠곡군수
고 백선엽 장군 장녀, 곧 한국서 군부대 칠곡 유치활동
밀리터리타운, 인구 3만~4만 증가..."시로 승격"
'한티가는길' 통해 천주교 성지로 조성
"낙동강평화대축전 때 종교행사 있으면 좋겠다"
"전쟁터였던 칠곡, 이제는 평화의 도시로"

경북 칠곡군은 호국의 도시다. 초등학교 여학생이 6·25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손편지를 쓸 정도로 전쟁의 상흔이 깊게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칠곡은 대구지역 군부대 통합이전 추진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유치를 희망하고 나섰다. 칠곡은 밀리터리타운 조성이 시(市) 승격에도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리고'를 군정목표로 내걸고 평화의 도시를 지향하는 김재욱(58) 칠곡군수를 27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구시가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제50사단, 5군수지원사령부, 공군방공포병학교 4곳과 미군부대 3곳 등 군부대 7곳을 통합이전할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군위와 영천, 상주에 앞서 칠곡이 가장 먼저 유치 의사를 보였다. 군부대는 기피시설 아닌가.

"통합이전을 추진 중인 부대는 전투부대가 아니라 지휘와 보급이 주기능인 행정부대다. 공해유발 요인도 없다. 부대가 통합이전하면 주변에 뉴타운이 하나 생긴다고 보면 된다. 학교와 병원, 대형마트, 숙박시설 등이 조성되면 강원 원주 같은 밀리터리타운이 생기게 되고, '호국평화의 도시'인 칠곡과 도시 정체성도 딱 맞아 떨어진다."

-칠곡은 당초 지천 지역을 희망했지만, 대구시는 석적읍 도개·망정리를 제시했다.

"당초 그린벨트인 지천의 발전을 위해 유치를 희망했지만 군부대가 통합이전할 지역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 백선엽 장군이 다부동전투를 펼쳤던 328고지 일대의 망정·도개 지역을 대구시로부터 역제안 받은 후 400여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 현장도 답사했다. 칠곡은 이미 이곳 주민과 지역 원로, 보훈단체, 칠곡군 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군부대유치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도 마쳤다. 백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도 다음달 말 미국에서 귀국해 유치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칠곡군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밀리터리타운을 도개·망정리에 유치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으겠다."

-칠곡이 군위와 영천, 상주 등 타 유치도시보다 장점이 있나.

"칠곡은 경부선과 고속도로, 물류 등 대구 인근에서 가장 교통여건이 좋은 지자체다. 6·25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연합작전을 처음 실시한 한미동맹의 발원지인데다 다부동전적기념비 등 군인들이 안보교육을 하기에도 적합한 호국도시다. 밀리터리타운이 형성돼 군인 가족들이 정착하게 되면 영구 정착해도 좋다. 칠곡 주민들도 반기고 있다. 후방의 민군복합타운으로 손색이 없다."

-칠곡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시 승격이다.

"현재 칠곡 인구가 11만3,000명 정도다. 밀리터리타운이 형성되면 앞으로 군 인력과 배후시설 종사자 등 3만~4만의 인구가 추가될 것으로 본다. 도시는 커지고 외부유출 인구도 줄어들 것이다. 군부대가 이전하면 시 승격은 시간 문제다. 2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최근 '한티가는길' 사업을 통해 가톨릭 성지, 칠곡을 표방했는데.

"한티가는길은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에서 지천면을 지나 동명면 순교 성지까지 45.6㎞를 잇는 구간이다. 조선 말 박해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천주교인이 오가던 길을 순례길로 조성한 거리다. 이 사업은 2015년에 시작됐고, 지난 23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만나 다시 활성화키로 한 것이다. 이 구간에는 억새로 만든 집이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곳도 있고, 2박3일 여정으로 숙식까지 이뤄지니 머무는 관광에 따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칠곡군이 평화의 도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새로운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의 종교는 기독교라 종교편향 시비는 없을 것이다.(웃음)"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28일부터 사흘간 칠곡보생태공원과 왜관 원도심인 1번도로에서 힐링프로젝트와 호국로 걷기체험, 명창 기념공원, 뮤지컬, 드론 및 불꽃쇼 등 축전을 펼친다. 축제 때마다 원도심이 썰렁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 장소를 넓혔다.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병 비둘기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 앞으로 단기간 행사보다 주말 공연으로 가을에 7, 8회 이어가는 축제도 연구 중이다. 축제이름에 걸맞게 호국영령을 위한 예배나 미사, 예불 등 종교행사도 있으면 좋겠다."

-칠곡은 할매글씨체로도 유명세를 타는 등 인문학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힘든 농사일을 끝낸 주민들이 술을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손톱에 때가 까맣게 낀 채로 하모니카를 연주하곤 한다. 여가선용이나 문화활동을 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한데도 교육문화회관 등에서 이뤄지는 인문학 활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주민 스스로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로 인문학이 성숙했다.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칠곡은 2008년 전국 유일의 양봉특구로 지정받았다.

"내년부터 산학협동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체계적인 양봉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요즘 양봉은 전국을 순회하며 꿀을 모으는데 칠곡군도 꿀과 화분을 채취할 수 있는 '밀원수'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호국평화의 도시'로 불리는 칠곡의 청사진은 어떤가.

"칠곡군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호국평화의 도시라는 정체성이 자리 잡았다. 호국의 이미지는 칠곡군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큰 틀의 호국사업은 경북도나 국가차원의 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 다부동전적기념비도 칠곡군 자산이지만 경북도가 관리한다. 칠곡은 앞으로 평화의 도시로 나아가고 싶다. 피로 얼룩진 전장이었던 칠곡이 평화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원자탄이 떨어졌던 일본 히로시마가 평화의 도시를 부르짖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약력 △대구고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TBC 상무이사 △칠곡군수



대담= 전준호 대구취재본부장
정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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