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딥임팩트' 처럼…나사, 인류 첫 소행성 충돌 실험 성공

입력
2022.09.27 09:10
지구 밖 1,100만㎞  소행성과 충돌
데이터는 향후 지구 방위에 쓰여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을 가정하고 무인 우주선과 고의로 충돌시키는 인류의 첫 '지구 방위 실험'이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소행성의 공전 주기 등을 관찰해 이번 충돌로 소행성 궤도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나사는 27일 오전 8시14분(한국시간) '쌍 소행성 궤도변경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의 첫 단계인 고의 충돌에 성공했다. 충돌 대상은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곳에 위치한 '디모르포스' 소행성. 지름 160미터의 '디모르포스' 소행성은 지름 780미터의 '디디모스' 소행성과 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사는 먼 미래에 지구로 소행성이 충돌할 경우에 대비해 이 실험을 기획했다. 우주선을 의도적으로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게 하는 게 이번 미션의 목표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장면이 나오지만, 나사는 폭파보다는 우주선 충돌을 통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570㎏ 중량의 DART 우주선은 지난 2021년 11월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로 발사된 뒤 약 10개월 동안 우주를 항해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자동 항법 알고리즘 을 통해 초당 6.1km의 속도로 소행성 충돌에 성공했다. 충돌장면은 나사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됐다.

충돌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디모르포스의 궤도는 일부 수정됐다는 게 나사의 판단이다. 로리 글레이즈 나사 행성과학 책임자는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DART 우주선과 함께 발사된 리시아큐브(LICIACube)는 지구 우주망원경과 함께 충돌 전후에 생긴 궤도변화를 관측하게 된다. 이번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는 기존 11시간 55분에서 10분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험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향후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 등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의 궤도를 트는 기술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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