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일찍 출근 못하게 막았어야"… 방재직원은 대피 돕다 중태

입력
2022.09.27 04:30
"점심 지나서야 가족 실종된 줄 알아"
"소방 점검 부실 아니냐" 문제 제기도

“(정신을) 차려야지, 차려야지.”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시설관리 직원 A씨의 어머니가 건양대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울먹이며 가슴을 쳤다.

대전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A씨는 불이 난 사실을 처음 인지했지만, 동료 직원 대피를 돕다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A씨가 방재실에 남아 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소방시설 점검과 실내 방송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1시간 뒤쯤 구조대는 방재실 앞에 질식해 쓰러진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A씨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면회를 했던 A씨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가족들 부축을 받으며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친척들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중환자실 앞을 지켰다. A씨는 이날 밤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유족들은 갑자기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사고로 희생된 B씨 가족들은 빈소도 차려지지 않은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로비에 모여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유족들에 따르면 B씨는 최근 현대아울렛에서 물류 담당 일을 맡고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전의 다른 백화점에서 비슷한 업무를 했지만, 최근 현대아울렛으로 일터를 옮겼다가 참변을 당했다. B씨의 작은어머니는 "보름 전 추석 연휴 때 봤는데 '어디서 일하냐'고 물었더니 현대아울렛으로 옮겼다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B씨의 어머니는 친척들이 빈소에 도착하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오열했다. B씨 작은아버지는 “불이 난 줄 알았지만, 그곳에 조카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점심 때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길래 알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사망자 가족은 충혈된 눈으로 “지금은 너무 경황이 없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떴다.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C씨의 빈소에선 부인의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늦게 출근하는 날도 있었는데, 하필 일찍 출근한 오늘 이렇게 됐다"며 "불이 나서 죽는 게 남일로 알았지, 내가 이런 일을 당하니까 허무하다"고 황망해했다. 부인은 "내가 (남편을) 일찍 출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일부 유족들은 "현대아울렛 사고 현장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작은아버지는 "지은 지 몇 년도 안 된 신축건물인데 어떻게 불길이 크게 번질 수 있느냐”며 “소방 점검이나 진압시설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박지영 기자
대전=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