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원장 "GTX 개통 시 서울 유입 증가...테슬라 지하터널 연구 중"

입력
2022.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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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서울연구원장 인터뷰]
1992년 문 연 서울연구원 개원 30주년
청계천 복원 사업 기여 가장 큰 업적
원장 직속으로 '전략연구단' 꾸릴 예정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기 전인 1992년 10월 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산하의 싱크탱크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서울연구원이다.

개원 30주년을 맞는 서울연구원이 연간 수행하는 과제 수는 1993년 39건에서 지난해 203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개원 당시 지자체 차원의 싱크탱크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한강 수변공간 활성화와 전략산업 거점 육성 등 굵직한 사업을 주도하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싱크탱크를 선도하는 전문 도시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미래의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박형수 서울연구원장은 20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초고속 지하터널 '베이거스 루프'가 서울에서도 가능할지 연구 중"이라며 "서울의 미래를 위해 보다 현실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소 통계청장 출신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 원장에게 서울연구원의 미래를 들어봤다.

-30년간 서울연구원의 발자취를 돌아본다면.

"시대 흐름에 따라 주요 연구 대상이 인프라와 시정, 사회∙경제 의제로 변화했다. 연구원이 설립된 1990년대 초만 해도 기반시설 구축에 한창 몰두하던 1980년대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상암DMC 조성이나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를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에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거나 도시기본계획을 짜는 등 서울시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연구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해결책과 양육 등 삶의 질 관련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시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업을 꼽는다면.

"청계천 복원이 주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본다. 도심 속 하천을 조성해 도시 공기 흐름이 바뀌고 주변 온도도 떨어졌다. 단순히 철근과 콘크리트를 쌓아 올리는 것만이 도시 개발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서울연구원은 주변 공간과 청계천을 어떻게 어울리게 만들지와 기존 건물 이주 및 철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했다."

-현재 연구 중인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테슬라의 초고속 지하터널 '베이거스 루프'가 서울에서도 가능할지 연구 중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하면 서울로 유입되는 수도권 인구가 증가해 교통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현재는 버스전용차로 같은 대중교통 체계로 버텼지만 이제는 어렵다. GTX와 연계시킨 강남∙북 연결 노선을 검토 중이다. 서울의 미래에 대해 추상적 방향만 제시하지 않고, 현실적 과제와 한계가 무엇인지 구체화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복귀한 뒤 조직개편 얘기가 나온다.

"우선 원장 직속기구로 '전략연구단'을 만들어 우리 스스로 의제를 전략적으로 발굴하는 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서울시 개별 부서에서 지시하는 연구를 받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우리가 먼저 다른 기관들과 협업할 만한 광의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관 자체가 점차 '기획'이라는 핵심 기능만 남긴 플랫폼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두 개의 새로운 센터도 신설한다. 연구원이 1년 미만 과제 중심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연속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2, 3년 안에 '1세대 연구원'들이 은퇴한다. 사람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사업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 24개 투자출연기관이 모인 싱크탱크협의체(SeTTA∙세타)가 있는데 플랫폼 기능이 더 필요한가.

"세타는 실질적인 플랫폼이라기보다 협의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2년을 운영하다 지금은 서울기술연구원에서 맡고 있지만, 한 주제를 가지고 같이 연구하는 게 아니라 각자 연구한 뒤 "제목이 비슷하다"고 공동 발표를 하는 식이다. 자원이 가장 많은 우리 기관이 간사 역할을 맡고, 서울시가 지원해주면 제대로 된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서울기술연구원과의 통폐합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통합 필요성에 공감한다. 전임 시장 시절 세계의 선도적 기술을 도입하고 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서울기술연구원이 세워졌다. 하지만 애당초 기술 개발을 할 만한 장비가 부족했다. 또 원인 분석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서울연구원과 업무 중복도 불가피했다. 지난해 서울기술연구원이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오세훈 시장이 통폐합 이후에도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분명 과잉 인력이 발생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스쿨까지 합쳐 박사가 57명인데, 우리 연구원과 기술연구원은 각자 84명, 58명씩이다. 현실적으로 5~10년 내 연구 수요를 감안해 분야별 적정 인력을 산출해야 한다. 기술연구원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오 시장한테도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감축된 인력을 연구기능을 가진 다른 산하 기관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다원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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