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윤석열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 원은 법에 명시된 시점보다 3개월가량 늦게 기획재정부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통상적인 예산심사 단계를 건너뛴 정황이 드러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예산은 프리패스냐"고 비판했다.
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수흥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 5월 10일인데 각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안요구서를 5월 말까지 낸다. (대통령실이 예산요구서를) 그사이 제출했나”라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늦게 요구가 있었다"며 "공식 제출은 8월이었다"고 답했다.
국가재정법은 각 중앙관서의 장이 매년 5월 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예산요구서를 보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기재부는 각 부처 예산요구서를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매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법이 정한 시한을 넘겨 8월에 제출한 사실이 추 부총리 발언으로 확인된 것이다. 다만 5월 31일보다 늦게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나 처벌 조항은 없다.
이에 김 의원이 “8월에 제출했으면 기재부 예산실의 1, 2차 심의를 안 받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추 부총리는 “심사 단계를 거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기재부가 각 부처의 예산심의서를 평가절차도 안 받고 프리패스하느냐”고 재차 추궁했고, 추 부총리는 “공식적으로 대통령비서실에서 제안했고, 기재부 내부 실무 검토를 거쳤고, 관련 절차를 거쳐서 최종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추 부총리는 대통령비서실이 기재부에 제출한 공문을 제출하라는 김 의원 요구에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영빈관 예산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냐는 질문에 추 부총리는 "640조 원 전체 예산에 대해 기조와 핵심 국정사업에 대해 보고를 드리지 개별 사안에 대해 보고드리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만약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다면 국기 문란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연루 의혹이 제기된 속옷 업체 쌍방울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홍석준 의원은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쌍방울 인수합병이 조폭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설이 정설”이라며 “조폭 자금으로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통제 방안이 무엇이냐”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표면적으론 인수합병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였다.
이에 한 총리는 “이런 행위가 법에 위반되느냐는 것이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 사안 자체가 법에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여기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민주당이 정기국회 7대 중점 법안 중 하나로 예고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개정안은 특정 조건에서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총리는 쌀값 폭락에 대한 항구적 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김수흥 의원 요구에 원칙적 동의를 하면서도 “항구적인 제도가 경직적인 제도가 돼 버리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