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첫 기조연설 직후, 소설가 김훈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자유'를 21번이나 언급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달 신간을 낸 김 작가가 언론 인터뷰에서 주목하는 사회 문제로 '우리 사회의 자유'를 꼽으면서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유엔 헌장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며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인류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인 '분수령의 시점'에 맞춰 유엔의 결속을 강조하는 동시에, 취임 후 줄곧 강조했던 '자유'와 '연대'의 가치에 동참해줄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약 11분간의 연설 동안 '자유'가 21번 언급되면서 국내 연설의 확장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대권 도전 선언에서 '자유'를 앞세운 데 이어 대통령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에서 각각 35번, 33번 자유를 언급했다.
대통령이 주요 연설마다 자유를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 자유'를 비판한 김훈 작가의 인터뷰도 온라인에서 소환되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달 소설 하얼빈 출간을 기념해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주목하는 사회 문제'로 "자유"를 꼽으며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더 확대해서 이 사회의 여러 가지 그 양극화의 문제와 모순과 갈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자유를 무한대로 보장하면 우리가 다 잘 살게 된다는 논리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규제라는 것은 풀어야 될 규제가 있고, 더 강화해야 될 규제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발언이 화제가 된 후 김 작가는 지난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유'에 대한 더 구체적인 비판을 이어 갔다. 그는 "요즘 갑자기 자유의 이념이 강조되고 있는데, 지난 세월동안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한 자유의 이념이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학살과 억압과 고문과 추방을 자행했는지를 한국 현대사는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이데올로기로 변한 자유의 이념이 약육강식의 이윤 추구와 무한경쟁을 방치함으로써 한 해에 800명이 넘는 산업재해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일이 일상화되었고 불평등은 양극화됐다"며 "이념적 지향성은 중요하지 않고, 그 실제적 적용만이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작가의 '어록'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지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박 전 최고위원은 "오랜만에 정독한 인터뷰"라며 '자유'에 관한 김 작가의 답변과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제 욕심에 눈멀어서 벽을 더듬고 있다", "다들 박수 받고 표 나오는 길로만 가고 있다"는 정치 비판 대목을 인용했다. 보도 직후 반짝 주목받았던 김 작가 인터뷰는,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문이 나온 21일 다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다.
김 작가의 '자유 비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한 인터넷서점의 '낭독 캠프' 강연에서 "자유경제의 바탕에는 약탈의 그림자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강연은 4년여가 지난 작년 10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자, '황동혁 감독의 전작인 '남한산성'의 원작자 어록'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