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3년여에 가깝게 이어져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가고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했고,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도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6개월 후를 대비한 일상 대응 전환 논의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0일 이 같은 표현에 신중한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한 이 교수는 "유행의 방식과 기간, 재유행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6개월이면 뭔가가 가능하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평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소장도 19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아직 '바이러스와 함께 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 역시 "계절적 측면을 고려하면 또 다른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유행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단 한국에선 지난 7월쯤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났지만, 이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겨울이다. 그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고 코로나19도 동시 유행하는 일명 '트윈데믹'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반구의 상황을 보면 인플루엔자랑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하면서 의료대응체계의 한 시험을 맞이한 그런 국가들도 실제로 있었다"면서 "이 시기에 6개월 이후의 엔데믹을 논의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겨울에 우리가 어떻게 코로나와 인플루엔자를 같이 이겨 낼 건가에 대한 준비를 더 사전에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유행을 거친 남반구 국가 가운데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의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호주 같은 경우 인플루엔자와 코로나가 같이 유행하면서 힘든 상황을 거쳤고, 상대적으로 뉴질랜드 같은 경우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도 인플루엔자 유행이 크지는 않았다"면서 "그 차이를 보면 호주는 전반적인 방역 조치를 해제했고, 뉴질랜드는 실내 마스크 착용 관련 부분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감 예방접종과 코로나19 추가 예방접종의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는 논의와 관련, 이 교수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부분은 야외활동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면서도 "실내 마스크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한다든지 하는 선언적인 의미보다는 체계적으로 준비된 형태로 해서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50인 이상 실외 행사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나, 영·유아부터 사회성 발달 등의 문제를 고려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