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갔다가 허탕만"... 거리두기 끝난 지 언젠데 단축 영업 여전

입력
2022.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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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16곳 중 원상복귀 '0곳'
저축은행은 14곳 원래대로 변경
고령층·직장인 고객 모두 "불편"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5개월이 지났지만 시중·저축은행의 대다수는 여전히 단축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영업시간 현황에 따르면, 단축 영업을 시행했던 은행의 83%(81곳 중 67곳)는 현재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1시간 단축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때인 2020년 12월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되면서 전체 은행의 84%(96곳 중 81곳)가 영업시간을 줄였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곳이 참여했는데,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영업시간을 되돌린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산별 교섭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노사는 '사적 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저축은행은 영업시간을 단축한 65곳 중 14곳만 기존 영업시간으로 변경했다.

금융취약계층, 직장인 대출 거래 등 불편

단축 영업에 따른 불편함은 대면 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이 2020년 신한은행과 거래한 25세 이상 수도권 거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점을 방문해 대면 거래만 하는 사람은 고령층의 70%로 청장년층(16%)보다 4배 많았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 방문 횟수와 대기 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온라인상에는 "대출, 인터넷뱅킹 신청 등 비대면이 활성화하지 않은 업무를 보러 은행에 들렀다가 허탕만 쳤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찰나의 짬을 내서 방문하는 회사원에겐 단축 영업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 곳도 있지만 서울 일부 지점에 국한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시간 복원은 이번 단체협약 안건으로 올랐으나 4월 1차 대표단 교섭 이후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측은 이날 "정부에서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하는 만큼 30일 2차 총파업 이전에 대표단 교섭을 재개한다면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탓에 추가 교섭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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