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모(31)씨가 범행 11일 전에도 피해자의 옛 거주지 부근인 6호선 구산역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의 휴대폰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 조작 목적의 애플리케이션도 설치됐다. 경찰은 계획범죄가 명백하다고 보고 형량이 높은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 컴퓨터로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 등을 확인했다. 이는 전씨가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전씨는 근무 중인 역무원에게 자신을 "휴가 중인 불광역 직원"이라고 거짓 소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산역은 피해자 A씨(28)가 이사를 가기 전에 살던 집과 인접한 장소다.
범행 당일인 14일 행적을 보면 그는 오후 1시20분쯤 서대문구 자택 인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1,700만 원을 인출하려 했다. 다만, 한도를 초과해 실제 인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집에서 짐을 챙겨 구산역으로 이동해 인근을 배회하며 A씨와 비슷한 인상 착의의 여성을 7분여간 미행하기도 했다. 전씨는 자신이 알던 A씨의 거주지 부근을 찾아 피해자를 만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피해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당일 오후 6시 구산역 고객안전실에 들러 자신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A씨의 야간근무 사실을 파악해 3시간 뒤인 오후 9시 신당역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외에도 전씨가 꼼꼼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단서를 여럿 포착했다. 전씨 휴대폰에는 GPS 정보를 조작하는 데 사용되는 앱이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후 자신의 행적을 쫓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휴대폰의 일부 파일이 삭제된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보복살인의 최소 형량은 징역 10년으로, 일반 살인(징역 5년)보다 무겁다. 경찰은 전날 전씨 자택에서 압수한 태블릿PC와 외장하드 등에서 추가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9일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전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의 경우 국민 알 권리와 재범 방지 차원에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과 디지털 포렌식을 마친 전씨의 휴대폰을 분석하고 있다”며 “피의자가 돈을 인출해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려 한 것은 아닌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