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을 앞두고 조문에 나선 각국 정상들이 속속 런던에 도착하고 있다. 장례식은 500여 명의 외국 지도자와 고위 인사가 참석하는 근래 최대 외교 행사가 될 예정으로, 윤석열 대통령도 18일 영국으로 출발했다. 장례식이 다가올수록 추모 열기는 더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밤 런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8일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방문해 조문하고, 19일 장례식에 참석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캐나다 등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영국연방(Commonwealth)' 국가 지도자들도 일찍 런던에 도착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은 이날 오후 버킹엄궁에서 새 국왕인 찰스 3세를 만나 애도를 전했다. 찰스 3세는 이들의 손을 잡고 "여왕께서 생전에 당신의 나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장례식 참석을 위해 18일 오전 런던으로 출발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장례식 참석 후 미국 뉴욕으로 옮겨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전날 나루히토 일왕 부부도 장례식에 가기 위해 영국으로 출발했고, 중국에서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파견할 예정이다.
일반 조문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추모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오후 5시) 기준 조문 대기 시간은 여전히 13시간에 달한다. 일반 조문은 19일 오전 6시 30분 종료된다.
전날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는 밤을 새워 기다리는 조문객들을 격려하기 위해 예고 없이 대기 줄을 방문했다. BBC방송은 "이들의 깜짝 방문은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왕실이 되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왕의 손주들이 관 앞에서 추도 예배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등 8명의 손주는 이날 새벽 2시부터 관을 둘러싸고 추도의 시간을 가졌다. 앞서 찰스 3세를 비롯해 여왕의 자녀 네 명도 두 번 추도 예배를 했다. 이전에는 남성 자녀만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왕의 딸인 앤 공주와 손녀 베아트리스 공주 등 여성도 참여했다.
한편 커밀라 왕비는 시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처음으로 대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커밀라 왕비는 BBC방송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여왕은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독한 여성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그는 "여왕은 영원한 우리의 삶의 일부였다"며 "나는 언제나 그녀의 미소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했다.
커밀라 왕비는 찰스 3세의 두 번째 부인으로, 불륜으로 결혼했다는 의혹 때문에 '왕세자빈(Princess of Wales)'이라는 호칭 대신 '콘월 공작 부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난 2월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성명에서 당시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부인 커밀라가 왕비로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해 논란이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