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추모 물결… "6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살아서 퇴근하고파"

입력
2022.09.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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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추모공간·10번 출구 시민들 추모 물결 
"안전해야 했을 일터에서" 허술한 법망 비판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게 놔둔 것" 분노도

"돌아가신 분이 딸뻘, 아니 손녀뻘인데… 자식 같아서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들렀어요."

1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서 만난 이모(69)씨는 안타까운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법을 엄하게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 쓴 뒤 역을 떠났다.

서울 도심 지하철역에서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이 스토커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날 신당역을 잇따라 찾았다.

사건 발생 장소인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는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다. 화장실 인근에 마련된 책상에는 국화꽃 다발과 피해자를 위한 커피, 마카롱, 쿠키 등이 놓였다. 포스트잇에는 "부디 안전하고 존중받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바란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민들은 비통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허술한 법망을 비판했다.

한 시민은 포스트잇에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게 놔둔 게 아니냐'라고 썼다. 이곳을 찾은 김봉준(29)씨도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점에 더 충격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검은색 옷을 입고 온 정모(38)씨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사람이 죽었다"며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을 찾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와 상의해 오늘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빠르게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잖았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현장이 마련된 것처럼 신당역 10번 출구에도 '6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냐'는 손팻말이 가득했다.

서울 중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피해자 임시 빈소에도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국회 여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유족을 만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를 들었다"며 "피해자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검을 마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흉기에 의한 목 부위 상처로 보인다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