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맞춘 여성 지우기...정부 내 '여성' 표현·대우가 달라졌다

입력
2022.09.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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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서 사이 여가부 '소외' 현상
여가부 작성 통계에서 '여성' 명칭 빠져
여성 정책 부서 기피에 인원도 감소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과 성평등 정책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성평등 관련 행사는 축소되고 여성이란 이름이 들어간 정책보고서의 이름은 바뀌고 있다. 성평등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내에서도 여성 정책 부서는 기피하는 분위기이고, 인원까지 줄어들었다.

①정부 부처 내 '소외'...위원회 자리 빠지고, 기념식 총리 축사도 없어

우선 정부 내에서 여성가족부의 위상이 달라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정부 당연직 위원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은 빠졌다.

9월 첫째 주에 시작되는 양성평등주간의 모습도 바뀌었다. 양성평등주간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범국민적으로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 한 주 동안 범정부적으로 성평등 과제를 점검하고 유공자들을 기념하는 자리다. 기념식 행사는 여성가족부가 주최하는데, 올해는 영상으로만 기념식이 열렸고 국무총리나 국회부의장의 축사도 없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영상 기념식이 열렸지만,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영상 축사를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②보고서에서 '여성' 빠지고, 성평등추진단은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으로

'여성'의 이름을 단 정책보고서 제목이 바뀌기도 했다. 1997년부터 발표된 여성 관련 통계 분석 보고서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올해 25년 만에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뀌었다. 통계청이 1997년부터 발표해오다, 2014년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작성했고 올해부턴 여성가족부가 단독으로 발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변화된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통계 보고서의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평등과 관련된 사업이 사라지기도 했다. 청년들이 참여해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의 버터나이프 크루(성평등문화추진단) 사업은 내년 예산에서 빠지고 대신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이 새로 예산안에 반영됐다. 지역의 청년 공감대를 제고하기 위해 '소통 프로그램, 토론회 등 청년 공감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책 목표가 모호해,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③여가부 내 여성 정책 부서 인원 감소

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권익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인력도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양성평등 기본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정책과의 경우 12명이었던 인원이 10명으로 줄었다. 여성인력 양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인력개발과의 경우 7명이었던 인원이 5명으로 줄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