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긴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입력
2022.09.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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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북단' 강원 철원군 철원읍 홍원리에 위치한 월정리역. 평소 같으면 적막할 이곳에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열차를 타러 온 승객들이 아니라 관광버스를 타고 온 안보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서둘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어디론가 쌩하니 떠나버린다. 월정리역은 다시 인적이 끊긴 채 침묵에 들어간다.

월정리역은 6·25전쟁 전만 해도 남북을 오가는 열차의 기적소리와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지만, 이제는 텅 빈 역사와 '총탄 세례'를 받아 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열차만이 남아 있다. 뼈대만 남은 열차 사이로 새하얀 역사 건물과 한자로 쓴 월정리역 간판이 선명하다.

월정리(月井里)는 한자로 직역하면 ‘달 우물마을’이라는 뜻이다. 옛날 이 마을에 살던 효녀가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려 달이 비친 바위에 고인 물을 손으로 천 모금을 길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버지 병은 나았지만, 효녀는 지쳐 죽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잊히고 있다. 기다림에 지쳐 주저앉은 열차는 더는 선로에서 버틸 힘이 없어 보인다. 하루빨리 남북의 철도가 다시 이어져 철마가 기운차게 달릴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