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앞두면서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내분 장기화 등 초유의 위기 상황인 만큼 경륜과 안정감을 갖춘 4선 중진 의원이 적임자라는 기류 속에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위해 순발력과 돌파력을 갖춘 3선 의원이 맡아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층 뚜렷해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분화와 대통령실 개편 등에서 확인된 윤심(尹心)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선의 김학용ㆍ윤상현ㆍ홍문표 의원 등이 차기 원내대표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했고, 차기 당대표 주자로 꼽히는 윤 의원은 최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윤핵관 측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홍 의원은 초ㆍ재선 의원 다수가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과 인연도 깊다. 전략통인 윤 의원은 빠른 정무적 판단 등이 최대 강점이다.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행보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됐다. 홍 의원은 2004년 ‘차떼기 사건’(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으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천막 당사’ 카드로 재건한 경험 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3선 의원 중에는 김도읍ㆍ윤재옥ㆍ조해진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ㆍ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주요 당직을 두루 경험해 위기에 처한 당을 추스르는 데 적임자로 꼽힌다. 윤 의원은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던 만큼, 윤심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권 원내대표를 이을 후임자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계파색이 옅은 조 의원은 협치ㆍ통합의 리더십을 갖춰, 당의 분열 상황을 수습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거론된다. 김태호ㆍ박대출 의원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원내대표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윤심이다. 앞선 4월 원내대표 선거 당시 윤심을 업은 권 원내대표는 총 투표수 102표 중 81표를 얻어 조해진 의원을 상대로 압승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개편을 통해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아 윤심의 향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중심으로 윤핵관이 분화하고 있는 것 또한 판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윤재옥 의원은 권 원내대표 측과, 윤상현 의원은 장 의원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 측이 끝내 다른 선택을 할 경우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예측 불가의 혼전으로 흐를 수 있다.
최근 당내 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초ㆍ재선 그룹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도 주요 변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63명인 이들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중진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신(新) 윤핵관’ 그룹을 형성하며 당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당장 원내대표 합의 추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으로 치러질 경우 ‘권력 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는 8일 전국위원회가 정진석 신임 비대위원장 선임 안건을 추인하고 비대위원 인선이 마무리되면 시작된다. 당헌·당규상 새 비대위가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면, 7일 이내에 의원총회를 통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 인선 시점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르면 19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 지도부 개편을 모두 마무리 짓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