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정형외과에 다니고 있다. 노트북과 휴대폰을 붙잡고 살다 보니 결국 손목에 탈이 난 것. 1, 2주 정도 물리치료받고 약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료 때마다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선생님은 "손을 안 써야 낫는데, 아예 일을 안 할 순 없죠? 우선 꾸준히 치료받아 봅시다. 가급적 집안일은 하지 마시고요"라고 말한다. 매일 10시간 주로 노트북으로 일하다 보니 손목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쉬거나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손목 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를 차고 일한다. 너무 아플 때는 진통제를 바르거나 먹는다.
손에 작은 가시 하나 박혀도 예민해지는데, 통증이 지속되니 예민함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아픈 사람들의 세상과 통증 없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치료받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간 식당에서는 서빙하는 분들의 손목부터 보인다. 대부분 손목엔 보호대를 차거나 네모난 파스가 붙여져 있다. 한 분이 왼쪽 손에 보호대로 무장한 내게 말한다. "손님도 혹시 손목 수술했어요? 저도 식당 일을 오래 해서 손목 다 망가져서 작년에 수술했어요" 그럴 때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수술은 아프진 않았는지, 지금은 괜찮은지 서로의 손목 안부를 묻는다.
식당에서 나와 길을 걸으면, 심심치 않게 통증을 겪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큰 트럭에 담긴 박스를 2개씩 들고 가게 안으로 들여놓는 이들의 팔에 붙여진 테이핑, 마트에서 계산하는 이의 손목 위 베이지색 보호대, 시장에서 생선을 칼질하고 있는 이의 손목에 붙여진 네모난 파스, 택배기사님 무릎을 감싸는 검은색 무릎 보호대, 커피를 만드는 틈틈이 한쪽 손목으로 다른 손목을 계속 마사지하는 바리스타의 손, 머리 위 은색 쟁반에 담긴 백반을 이고 가는 이의 목 뒤에 붙여진 동그란 파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손목 위 보호대. 통증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도 많고, 모두가 아파도 일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통증은 밥벌이의 필연적인 존재인가 보다.
그런데 잠깐, 모두가 병원에 다니며 치료는 받고 있을까? 약은 먹고 있을까? 매일 병원 다니는 것도 쉽지 않던데. 문득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진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병원에 오가고, 대기와 진료 시간까지 합치면 1시간을 훌쩍 넘는다. 하루 물리치료 비용은 5,400원, 4일치 약값 3,100원이다. 이따금 침이라도 맞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한의원에 가면 8,500원이 든다. 목이나 어깨, 허리, 무릎에 통증이 있다면 10만 원이 넘는 도수치료에 주사치료까지 꽤 큰돈이 든다.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연 시간과 돈 앞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별수 없이 치료 대신 통증을 견디고 참아내며 살고 있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에 다녀야 할지는 모르겠다. 나아지길 바라면서도 직업병으로 받아들이고 아픈 몸에 적응해야 하나 싶다. 혹여 손목이 더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슬쩍 삐져나온다. 걱정은 뒤로하고 오늘도 병원으로 향한다. 부디 식당에서, 마트에서, 시장에서, 카페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오늘만큼은 몸을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