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인품을 옹호하면서 이에 따른 근거로 '필체'를 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단일화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멘토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6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한 신 변호사는 자신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이유로 "여러 차례 만나면서 사람이 대단히 진실하고 남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임을 봤다"면서 "이런 선한 인품을 가진 참을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한 인품'의 예시로 윤 대통령의 필체에 대한 평가를 인용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또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또 인격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더라"고 전했다. 필체 분석에 대해 "대단히 과학적"이고 "동서를 막론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돼 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의 '필체 비평'은 KBC와 이를 인용한 여러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우스개로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에 비판적이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한 네티즌은 이 전 대표가 악필로 유명하다는 점을 들어 "신 변호사가 필체 얘기를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보다 나은 점이 필체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필체 비평'에 이 전 대표가 거론된 것은 신 변호사가 여권 지지 유명인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가혹하게 비판하는 인물로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도 '정치인의 글씨'는 종종 정치인 평가의 근거로 사용되는 가십거리 중 하나였다.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한 정치인이 국립현충원 등을 방문할 때 적는 방명록은 내용과 필체가 사진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정치인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회자되곤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필체를 보고 성격을 짐작한 전문가도 있다. '국내 1호 필적학자'로 불리는 구본진 변호사는 지난 5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의 필체를 두고 "인내심과 끈기가 강하다. 자기주장도 강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성향이 있다. 솔직해 권모술수와 거리가 멀고 일의 마무리가 좋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이 '소통 의지는 보였지만 직설 화법이 화를 불렀다'는 양면의 평가도 연상시킨다.
필적학은 글씨로 사람의 성격 등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접근에서 출발한다. 서구에서는 오랜 필기 전통이 있지만, 한국은 순 한글로 필기한 이력이 적기 때문에 필적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현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컴퓨터(PC)와 스마트폰 등을 통한 타이핑이 손 글씨를 대체하고, 교육도 사라지면서 '글씨체 비평'의 의미가 더 줄어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악필'도 성격보다는 손 글씨와 거리가 멀어진 시대 변화의 반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오늘날 필체에 대한 관심은 필체를 통해 성격을 파악하는 쪽보다 역으로 필체 연습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성격을 개선하는 방향에 더 집중돼 있다. 구 변호사도 글씨 연습을 통한 내면의 수양을 더욱 강조하면서 "필체를 바꾸면 인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구에서도 심리학자들이 펜과 종이로 글을 쓰는 것을 정신치유 방법 중 하나로 접근해 성과를 냈다는 연구가 있다.
물론 이 경우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글의 내용이나 필체가 아닌 마음 그 자체다. 미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글쓰기의 치유력을 활용하려면 단순히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글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