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은 안 된다'는 옛말... MZ세대 지지 등에 업은 토종 브랜드들 종횡무진 활약

입력
2022.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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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무신사, '넥스트 패션 2022' 개최
국내 패션 브랜드 온라인에서 백화점 진출도
쿠어 등 입점한 더현대 서울, 매출 절반이 2030


디자이너가 직접 패턴을 그려 기계 아닌 손으로 옷을 만드는 ①노이어, 꽃, 강아지 등 시선을 사로잡는 프린트로 올해 상반기 온라인 플랫폼인 29㎝에서 거래액이 전년 대비 여섯 배를 기록한 ②마르디 메크르디…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가족마당에서는 국내 토종 패션·라이프 브랜드 55개가 패션 피플들을 맞았다. 1~4일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국내 토종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개최한 패션 페스티벌인 '넥스트 패션 2022' 자리였다.

행사에 나온 55개 브랜드 중 40%는 사업 시작 만 3년이 안 된 신생 브랜드였다. 55개 브랜드 중 16개는 남성 브랜드, 5개가 여성 브랜드일 정도로 국내 남성 패션 브랜드 비중이 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행사 기간에는 브랜드 자체 부스뿐 아니라 패션쇼 런웨이와 뮤지션 콘서트도 이어졌고, 각 브랜드 디자이너와 디렉터들이 참여한 토크 세션도 열렸다.

이날 친구와 행사장을 찾은 오모(26)씨는 "무신사에 입점한 국내 남성 브랜드 중 '노운'을 좋아한다"며 "미니멀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에 핏을 굉장히 잘 빼서"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행사장에 와 보니 평소 접하기 쉽지 않던 다양한 브랜드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좋다"며 "플랫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멋진 제품을 만날 수 있게 한 무신사가 큰일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신사와 함께 큰 브랜드, 백화점까지 진출


회원수 1,000만 명 이상인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2조3,000억 원, 매출은 전년 대비 41%가 증가한 4,667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대부분 입점 브랜드들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다 보니 고객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리오프닝을 맞아 온라인 패션 브랜드들을 알리고 무신사의 문화를 고객들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2003년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2009년부터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는데, 판로를 찾지 못하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입점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들도 많다. 2010년 론칭한 모던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인 프리즘웍스는 2012년 무신사에 입점한 뒤 큰 인기를 얻어 최근 영국, 일본, 캐나다 시장에 진출했다. 남성 패션 브랜드인 쿠어(2017년 론칭), 디스이즈네버댓(2010년 론칭) 등 무신사에서 몸집을 키운 브랜드들은 온라인을 넘어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대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력·차별성만 본다"


대형 유통 업체 중 국내 패션 브랜드 알리기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부터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고객을 겨냥해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한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의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기존 백화점 매장과 달리 온라인 패션 브랜드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MZ세대 사이에서 '성지'가 됐다. 지상 3층 여성·남성 패션관과는 별도로 지하 2층에 쿠어와 디스이즈네버댓 등 패션 브랜드 13개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지난달까지 140개 넘는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자마자 연일 구매 대기줄이 이어졌던 쿠어는 올 1월 리뉴얼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2호점을 냈다.

이에 힘입어 더현대 서울은 문을 연 첫해 매출액이 8,000억 원을 넘었고, 이 중 54.2%는 2030 고객들로부터 나왔는데, 특히 65%가 20대 손님들이 올린 매출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덜 알려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오로지 개성과 제품력만 보고 입점시킬지 결정했다"며 "처음엔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더현대 서울에서 토종 브랜드 발굴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력이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 큰 관심이 없던 브랜드들이 먼저 입점하고 싶다는 뜻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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