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물자 부족 러시아, 북한서 로켓·포탄 수백만 발 구입”

입력
2022.09.0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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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기 구매, 러시아 기본 물자 생산 차질 증거"

러시아가 국제사회 제재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 조달이 어려워지자 북한에서 로켓과 포탄 수백만 발을 사들이고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밝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새로 기밀 해제된 미국 정보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러시아가 앞으로 단거리 로켓과 포탄 외에도 추가 군사 장비들을 북한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무기 종류와 규모, 수송 시기 등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NYT는 “자체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 거래에 나선 것을 두고 서방의 대(對)러시아 수출 규제와 제재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가 무기를 구매하거나 무기를 제작하기 위한 전자 장치를 공급받는 것을 막고 있다. 결국 물자가 부족해진 러시아는 최근 이란에서 무인기(드론)를 들여온 데 이어 북한에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북한 군비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유엔 결의 위반이다. 하지만 북한은 서방 제재로 국제 무역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해도 잃을 게 많지 않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포탄조차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탱크와 미사일 같은 정밀 무기에 필요한 첨단 부품 조달에선 예상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 소속 프레더릭 케이건 군사전문가도 “북한이 생산하는 152㎜ 포탄이나 로켓에는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러시아가 북한에서 무기를 사는 것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자도 생산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당초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중국에서 군수 물자 제공받기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산 석유는 구입하면서도 러시아군을 겨냥한 제재는 준수해 적어도 현재까지는 러시아에 군사 장비나 부품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7월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DPR와 LPR를 인정한 나라는 시리아와 북한뿐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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