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원 철원군 철원평야는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면서 황금 들판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비들이 겨울이 오기 전 먹이활동을 하려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이는 따뜻한 강남으로 떠나기 위해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려는 자연의 섭리다. 따뜻한 봄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철원평야에서 새끼를 낳고 스스로 날 수 있을 만큼 보살피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제비는 원래 사람과 가까이 살기를 좋아해 주로 민가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운다. 하지만 우리 곁을 떠날 때쯤 되면 강가나 갈대숲에서 떼를 지으며 열심히 먹이활동을 한다. 긴 여행을 앞두고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철원평야의 제비들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금 들판 위를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러다 지친 제비들은 하나둘 '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급히 눈으로 쫓아가 보니 제비들이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네 가닥의 줄 위에서 가지각색의 자세로 쉬는 모습이 마치 오선지에 그린 음표처럼 보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자 가을의 음률이 들리는 듯했다.
예로부터 농부들은 나락을 탐내는 참새보다 해충을 잡아먹는 제비를 좋아했다. 풍년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새이기 때문이다. 추수가 끝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더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떠났던 제비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