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사일이 오가는 실제 전투뿐 아니라, 해커들의 사이버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해커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매력적인 여성 행세를 하며 러시아 군대 정보를 빼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초기 화력에서 밀렸던 우크라이나가 일찌감치 사이버전에 공을 들인 결과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0여 명의 우크라이나 해커가 모여 결성된 ‘핵 유어 맘’(Hackyourmom)은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매력적인 여성 행세를 하며 러시아군으로부터 사진을 전송받았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해커들과 SNS 메시지를 통한 대화 중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핵 유어 맘’에 참여한 니키타 나이시가 FT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자신들이 용맹한 전사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많은 사진을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크나큰 실수였다. ‘핵 유어 맘’은 부대에서 찍은 사진의 배경과 디지털 위치 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 기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핵 유어 맘’은 이를 곧바로 우크라이나군에 넘겼다.
러시아군 기지의 좌표를 획득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멜리토폴의 러시아군 기지를 폭격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은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폴 시장이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군이 멜리토폴에 있는 러시아군의 대형 군사기지를 공습해 폭발이 일어났음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부터 사이버전에 공을 들여 왔다. 전투에 나가지 못하는 민간인 디지털 능력자들을 해커로 영입해 정보기술(IT) 군대를 편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 유어 맘' 등 해커 집단 역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BU)으로부터 임무를 받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초기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디지털 재능을 가진 민간인들은 ‘IT 군대’에 합류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그 성과는 최근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군대 정보 확보로 실제 폭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TV 해킹으로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핵 유어 맘'에 참가했던 나이시는 "러시아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을 해킹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뉴스를 송출하게 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IT 부대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수천 대의 보안·교통 카메라를 해킹하는 등 보다 정교한 해킹 공작을 수행하기도 한다. 러시아군의 이동에 혼선을 빚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들은 러시아 해군 전투함의 동향을 보안 카메라 해킹을 통해 파악하기도 한다. ‘핵 유어 맘’의 한 멤버는 “해킹은 조국을 도울 수 있는 효과적인 일”이라며 “계속해서 더 많은 (러시아군의) 위치 정보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