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채 6일 오전 경남 해안에 상륙한다. 힌남노는 경남 통영과 거제 인근에 상륙한 뒤 2, 3시간 만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풍 반경이 400㎞에 달할 정도로 세력이 강해 수도권 등 전국에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0시쯤 제주도를 스쳐 지나가 오전 5~6시쯤 통영과 거제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의 중심은 빠르게 이동해 부산 인근과 울산, 경주, 포항 등을 지나 오전 8시쯤에는 동해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태풍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힌남노는 동해로 빠져나간 직후에도 강풍반경이 390㎞,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40m에 달하는 '강' 수준의 태풍 위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부지방의 경우 6일 오전 내내, 동해안은 6일 오후까지 거센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강풍반경(초속 15m 이상 권역)이 400㎞ 수준이라는 것은 태풍 영향권이 부산에서 서울 거리를 덮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힌남노는 폭풍반경(초속 25m 이상 권역)도 150~160㎞에 달해 전라권과 경상권 전체, 그리고 충청권 일부와 강원권 일부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힌남노의 중심 이동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전국이 강풍과 폭우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는 뜻이다.
힌남노는 이례적일 정도로 강하다. 통상 강하게 발달한 태풍은 북위 30도 선을 넘으면서 급속도로 힘을 잃기 마련인데, 힌남노의 경우 5일 오전 북위 30도 선을 넘어가면서 오히려 더 강하게 발달했다. 한 총괄예보관은 "이렇게 강한 세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북위 30도를 넘은 태풍이 다시 강화되는 건 예보하면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기압과 기류, 수온까지 모든 조건이 태풍 발달에 힘을 더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힌남노가 이동하는 통로는 고수온 해역이어서 에너지를 얻기 쉽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좌우측 고기압이 마치 힌남노를 팽이처럼 돌리며 위로 밀어주는 듯한 형태로 조직됐다. 상층 제트기류도 태풍 발달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흐르고 있고, 중층과 하층 대기도 태풍에게 방해되는 요소가 없다. 힌남노는 위력이 가장 셀 때의 구조가 거의 깨지지 않은 채로 우리나라 남해안까지 이동하는 셈이다.
힌남노는 중심기압 945~950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40~45m 수준의 세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 남해안을 직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태풍 중 '역대급'이다. 또한 새벽 시간대 남해안 만조 시간과도 겹쳐 파고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6일 오전 부산(만조 4시 31분), 거제(4시 41분) 등 남해안은 물론이고 동해안(오전 10~11시)도 폭풍해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파고가 15m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인천과 경기·강원 북부, 충북 일부 지역은 이번 태풍 특보 지역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힌남노의 직접적인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우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이 몰고 온 뜨겁고 습한 공기와 맞닥뜨리며 만들어진 두꺼운 비구름대 영향으로 6일 새벽까지 폭우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미 4일부터 5일 오후 8시까지 경기 포천군 이동면에는 180㎜에 달하는 비가 내렸으며, 서울 강남구(164.5㎜), 강원 화천군 광덕산(189.8㎜) 등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제주 산간에서는 같은 기간 700㎜에 달하는 비가 온 지역(윗세오름)도 있었다. 삼각봉에서는 초속 34.5m(시속 124㎞)의 강풍까지 기록됐는데, 태풍이 다가옴에 따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 총괄예보관은 "통상 태풍의 왼쪽을 '가항반원'이라고 하여 태풍의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겼는데, 힌남노의 거대한 규모와 강도를 고려할 때 태풍의 왼쪽 오른쪽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안전한 곳에 머무는 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