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태풍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통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칫 대형 태풍으로 기지국 등 설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통신 장애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또 통신 장애에 따른 긴급 전화 불통, 전자금융서비스 장애 등 소비자들의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통신업계는 ①기지국이나 와이파이 설비 등 통신설비 유실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동시에 ②정전이나 통신설비 장애에 대비한 복구 설비 전진 배치 등 준비 태세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한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강풍과 호우로 기지국 등 통신 설비가 직접 타격을 받거나 정전 사태 등으로 설비가 멈춰서는 2차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통신사들은 우선 기지국 주변 낙하물 등 물리적 장애 요소와 저지대 침수 피해 가능성을 점검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요 저지대 지하철 역사 침수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고 밝혔고, KT와 LG유플러스도 저지대 침수지역 통신설비와 전도 위험 시설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통신3사는 또 피해 상황 모니터링 구조를 24시간으로 바꾸는 비상 대응 체계도 시작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각종 설비가 외부에 노출된 산업 특성상 통신장애 등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큰 만큼, 긴급 복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SK텔레콤은 긴급복구 물자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고 KT는 이동식 기지국과 발전차, 배풍기, 양수기 등 긴급 복구용 장비를 도서 해안가 등 태풍 피해 예상 지역에 배치했다. LG유플러스는 비상발전기와 예비물품에 대한 사전점검을 완료했는데, 태풍으로 인한 이재민 발생시 휴대폰 무료충전과 와이파이 서비스 무료 제공 등 이재민 구호대책도 마련했다.
다만, 힌남노 북상에 따른 통신사들의 대응책 마련에도 소비자들의 불편은 일정부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에도 유·무선 통신 및 유료방송 회선 15만1,000개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자연 재해로 인한 통신장애는 통신사들의 '도의적 배상'이 아니면 마땅한 구제책도 없는 실정이다.
태풍 피해가 심할 경우, 정부가 대규모 통신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 중인 '재난와이파이 개방체계'의 첫 번째 가동 가능성도 예측된다. '재난와이파이 개방체계'는 기지국 폭격이나 자연재해 등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판단에 따라 공공·상용 와이파이를 개방하는 제도다. 전국 공공·상용 와이파이는 27만2,000개가 구축돼 있는데, 개방하는 와이파이 지역과 범위, 기간은 피해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판단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열린 통신서비스 복구 유관기관 훈련에서 "9월부터 재난와이파이 개방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