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스리랑카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약 4조 원 규모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IMF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 정부와 29억 달러(약 3조9,2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앞으로 4년간 확대금융기구(EFF)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며 이후 IMF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이 나면 집행된다. 피터 브로이어 IMF 간부는 "스리랑카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긴급·단기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시민들의 생활고는 더 깊어지고 있다. 당국은 이미 전기요금과 기름값을 3배가량 올렸고, 관련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외화를 아끼려고 샴푸 등 비필수 소비재 300여 개 품목을 일시적으로 수입 금지했다. 또 이날부터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12%에서 15%로 올렸다. 스리랑카 정부는 2025년까지 세수를 국내총생산(GDP)의 15%로 늘리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을 10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영기업 민영화 등 구조조정 작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스리랑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했다.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국가 부도 상황을 맞았다.
스리랑카는 올해 4월 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 5월 공식 디폴트 상태에 돌입했다. 스리랑카의 총 대외부채 규모는 510억 달러(약 68조8,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280억 달러(약 37조8,000억 원)는 2027년까지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고에 빠진 시민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스리랑카 정국은 약 4개월째 혼란을 겪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외국으로 도피한 후 사임했고, 라닐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가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정국 안정'을 명분으로 지난달 시위대에 테러방지법(PTA)까지 적용해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는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며 인도, 중국,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IMF와 실무진 협상이 타결된 만큼 앞으로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채권국과 채무 재조정 논의도 본격 시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