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입력
2022.08.3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보에 떴다. 경주 김씨 가문의 영광이다.”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고(故) 송해의 후임 진행자로 29일 저녁 낙점된 방송인 김신영(39)이 밝힌 소감이다. 그 유쾌함과 당당함이 김신영답다. 방송 경력이 20년 가까운 베테랑이긴 하지만, 그동안 송해의 후임자로는 방송인 이상벽, 이상용, 임백천, 코미디언으로는 이수근, 유재석 등 국민 MC급 이름들이 오르내렸으니 그의 발탁은 파격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 김신영의 발탁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KBS가 미래지향적 결정을 했다” “초연령적 인물을 뽑았다” “할머니 될 때까지 하세요”라는 등 환영 일색이다. 물론 전임자의 색깔이 너무 짙은 프로그램이라 방송사 내부에서는 성별도 연령대도 전혀 다른 후임자 발탁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송해가 생전 후임자로 자신과 같은 희극인을 희망한 점, 또한 생방송 라디오MC를 10년간 진행한 성실성을 높이 사 큰 격론 없이 후임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스스로 “나는 전국 어디에 갖다 놓아도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말하듯 편안함과 친화력은 김신영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도 그를 “이름만 들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송해 역시 특유의 친화력으로 프로그램 성공을 일구었으니 김신영의 발탁만으로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김신영은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이사만 60번을 다니는 등 지방을 전전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했고 외로움과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남들을 웃게 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그 시절 익힌 팔도사투리가 직업적 자산이 됐는데 그가 마침내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가 됐으니 생각할수록 절묘한 ‘신의 한 수’다.

□ 송해의 후임은 누가 맡아도 비교가 될 것이기에 영광이자 부담이 되는 자리다. 김신영이 쓴 왕관의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에 “인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10월 16일 김신영이 외칠 ‘전국~노래자랑’의 오프닝 멘트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