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미접종' 조코비치, US오픈 참가 결국 무산

입력
2022.08.26 07:54
백신 미접종 외국인 입국 금지하는 미국 규정 때문
"좋은 상태 유지하며 다시 경쟁할 날 기다리겠다"

'테니스의 신(神)' 노박 조코비치(6위·세르비아)가 25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는 29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US오픈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슬프게도 US 오픈 출전을 위해 여행할 수 없게 됐다"면서 자신의 팬들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와 지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신체 상태와 긍정적인 정신을 유지하면서 다시 (대회에서) 경쟁할 기회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해왔다. 그는 올해 2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진 않는다"면서 어렸을 땐 백신 접종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나 내 몸에 무엇을 주입할지 선택할 자유를 지지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백신 미접종 외국인은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 6월 "조코비치를 US오픈에서 뛸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2만 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백신 미접종 외국인의 입국과 관련해 규정을 재검토하면서 조코비치의 대회 참석에도 희망이 생겼지만, CDC는 지난 24일 "외국인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성명을 내고 조코비치의 불참이 매우 안타깝다며 내년 대회에는 그가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코비치는 올해 1월에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호주 오픈에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호주 멜버른 공항에 도착했지만 숙소로 가지 못하고 격리 시설로 보내졌다. 조코비치는 호주 연방 정부와 법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끝내 대회 개막 전날 세르비아로 추방됐다.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가운데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도 입국이 가능한 프랑스와 영국에서 열린 5월 프랑스오픈, 6월 윔블던에는 출전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통산 21회 우승해 최다 우승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22회 우승한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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