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역부족"... 올해 기준금리 3%까지 올린다

입력
2022.08.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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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5%로... 사상 첫 4회 연속 인상
24년 만에 5%대 물가 상승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2.5%로 결정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재차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한은 역사상 처음인 네 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5.2%로 크게 높이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정점 찍어도 5~6%대 물가 지속"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6%대 오름세를 보이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뛴 데 따른 조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초까지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총 7차례에 걸쳐 금리를 2%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4.5%)보다 0.7%포인트 올린 5.2%로 제시했다. 한은의 연간 전망치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5%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하면 1998년(7.5%) 이후 물가가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최근 유가 하락세 등을 감안해 "물가 정점이 당초 예상(3분기 말~4분기 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정점이 지나도 물가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달러당 1,35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 등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자재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 총재도 이날 "환율 상승 그 자체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우려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도 도시가스와 서비스요금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3% 올라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생산자물가가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말 3% 기대 "합리적"... 금융시장 '안도'

올 연말 기준금리가 연 2.75~3%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 총재는 "여전히 합리적인 기대"라고 말했다. 올해 남은 두 차례(10,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재차 벌어질 양국 간 금리 격차에 대해선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 및 환율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며 "격차가 너무 커졌을 경우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역전됐던 한미 기준금리는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다시 같아졌다.

금통위 직후 코스피가 상승폭을 확대하는 등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를 반겼다. 코스피는 1.22%, 코스닥은 1.79% 상승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강달러 압력이 다소 완화하면서 전날보다 6.9원 내린 1,3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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