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선장 유진 서넌과 조종사 해리슨 슈미트가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온 뒤로, 인류는 50년간 그 곳에 가지 않았다. 당시의 'G2'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은 우주 경쟁으로까지 이어졌는데, 그 때문에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은 실용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배경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우주 경쟁 대상이 우주정거장(ISS)이나 인공위성 등으로 변하면서, 인간이 더 이상은 달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정확히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는 다시 인간을 달에 복귀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이다. 29일 오전 8시33분(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선 오리온(Orion)을 쏘아올리며 '인간의 달 귀환' 계획을 시작한다. 이번 계획은 50년 전(아폴로 계획)과 달리 달을 넘어 화성으로 가는 길까지 열게 된다. 달을 정복하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5가지 핵심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50년 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아폴로)에 이름을 빌려준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누이다. 나사는 △2022년 우주선 오리온이 무인으로 달 궤도를 돌고 복귀하는 시험 비행을 시도한 뒤(아르테미스 I) △2024년 실제 우주인이 탑승해 시험 비행을 완수하면(아르테미스 II) △2025년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이 포함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아르테미스 III)는 단계적인 계획을 세웠다. 앞서 아폴로 우주선에 탑승해 달에 착륙했던 12명의 우주인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미국 정부 단독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던 아폴로 계획과는 달리, 아르테미스 계획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나사는 29억 달러(약 3조 8,800억원) 규모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낙점했다. 우주 개발을 독점했던 정부가 민간 우주 기업들로 권한을 이양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흐름에 발을 맞추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20개국과는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맺어 달 탐사를 국제 우주 협력 모델로 확장시켰다. 아르테미스 협정에는 달, 화성, 소행성 등을 평화적으로 탐사하자는 10가지 원칙이 담겨있다. 한국은 지난해 5월 10번째 국가로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다. 협정 참여국은 주로 미국의 우방이고,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나 과거 미국의 우주 라이벌 러시아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이 50년 만에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제적 이유다. 달에는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인 헬륨3 등의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나사 주도의 달 탐사는 민간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우주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뿐 아니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민간 우주관광을 이끄는 등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처음부터 인간 우주조종사가 달에 가는 것은 아니다. 우주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각종 센서를 심은 마네킹이 먼저 우주선 오리온에 탑승한다. 마네킹의 이름은 '무네킨 캄포스'. 이름인 무네킨은 달(moon)과 마네킹(manikin)의 합성어고, 성인 캄포스는 아폴로 13호가 지구로 무사 귀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나사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에서 따왔다. 무네킨의 우주복에 장착된 센서들은 오리온이 달이 궤도를 도는 동안 가속도, 진동, 방사선 수치 등을 측정한다.
우주선 오리온을 달로 올려보낼 발사체인 우주발사시스템(SLS)는 현재 조립동을 나와 발사대에서 임무 수행을 기다리고 있다. SLS의 높이는 98m로 32층 건물 높이에 달하며, 무게는 2,600톤이다. 오리온은 29일 SLS에 탑재돼 발사된 뒤, 42일간 달 궤도를 시험 비행한 다음, 10월 10일 미국 샌디에이고 앞 바다로 복귀한다. 총 비행 거리는 209만㎞에 달한다.
나사는 오리온의 무인 시험 비행을 마친 뒤에는 본격적인 유인 달 탐사 계획, 즉 '아르테미스 II'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류가 달 착륙에 성공한 뒤에는 인류가 달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종국에는 우주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달을 화성 탐사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2팀장은 "만약 '달에 왜 가냐'고 묻는다면 결국 '화성에 가야된다'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외계 행성 표면을 탐사하는 로봇이 화성에 많이 착륙해 화성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