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상향하겠다."
지난 19일 중앙경찰학교 신임 경찰 졸업식에서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처우 개선 약속에 일반 공무원 내부가 들끓고 있다. 당장, 대통령 발언 3일 만인 22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경찰공무원 기본급이 공안직보다 평균 3.87% 낮은 실정을 고려하겠다"며 사실상 임금 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다음날 공무원 양대 노총(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인상 촉구에 나섰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에, 대통령 발언까지 겹쳐 일반 공무원만 "일방적 희생"(공무원노조 기자회견문)을 치른다는 불만이 쌓인 결과다. 두 노조는 6월부터 삭발식, 1인 시위 등 대정부투쟁을 하고 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정부투쟁을 "자연스럽게 이뤄진 공무원들 분노의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돌아온 건 인력감축 구조조정과 임금동결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큰 불만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박봉'이다. 박 대변인은 "최저임금 인상치가 10년 평균 7.2%인데, 공무원 임금인상 평균 10년치는 2.4%"라며 "이게 쌓이고 쌓여서 (직급별 임금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공무원들이 수도권에서 생활을 해보니까 190만 원 월급을 받아서 한 달 지출 다 나가고 '영혼이 남더라, 통장이 사망했다'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다"고 전했다.
인사혁신처의 '2022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초임(1호봉) 월 기본급은 168만6,5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 191만4,440원보다 20여만 원 낮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가 2% 인상되더라고 9급 1호봉은 199만5,130원에 그쳐 내년도 최저임금 근로자 월급 201만580원보다 낮다.
'고위직은 연봉 1억 원 넘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냐'는 사회자 질문에 박 대변인은 "노조가 계속 주장하는 게 하후상박, 하위직 임금을 좀 후하게 달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위직 기본급이 워낙 낮아 똑같이 급여를 1% 올리면 9급이 1만6,800원 오를 동안 고위직은 10만 원 오른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퇴사는 줄을 잇고 있다. 박 대변인은 "최근 5년 동안에 평균 한 5,000명씩 그만뒀는데, 작년에는 1만600명 정도가 그만뒀다"면서 "박봉에다 시간외 근무해야 되고 그 시간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일은 많고 연금도 상당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윤 대통령의 "경찰 기본급 상향" 발언은 공무원들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공안직 9급 1호봉 월급은 일반직과 같지만, 9급 2호봉으로 올라갈 경우 일반직보다 1만 원, 3호봉은 3만 원가량씩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박 대변인은 "(경찰) 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로 인한 내부 반발 잠재우기용 아닌가, 특별인상안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체 형평성에 맞게 최저임금이 안 되는 하위직 임금 인상 부분을 다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무원노조가 제시한 내년도 임금 인상안은 7.4%. 지난 2년간 실질소득 감소분(4.7%)과 내년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2.7%) 등을 합친 값이다. 두 달째 대정부투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와의 협상이 녹록지는 않다. 박 대변인은 "물가상승만큼이라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기재부는 전혀 답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경찰국 행사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인기영합주의이고, 실제로 기재부에서 될지 안 될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