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 과잉의료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점검해 10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만한 건보 재정을 정밀 점검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건보 급여 항목을 확대했던 '문재인 케어' 지우기 작업을 사실상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3일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차관은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항목이나 과다의료 이용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의 발언은 MRI·초음파 등 문재인 케어 대표 급여 항목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게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야간에도 초음파와 MRI를 찍는 병원이 있다. 철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며 'MRI·초음파 급여 적용'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복지부는 추진단이 건보 재정개혁 작업에 착수한 이유에 대해 뇌·뇌혈관 MRI와 하복부·비뇨기 초음파에 대한 재정지출을 예로 들었다. MRI·초음파 급여화로 병원이 검사를 남발하면서 이용량이 급증, 예상한 지출액보다 20~30%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뇌·뇌혈관 MRI 지출은 지난해 기준 2,529억 원으로 당초 목표액(2,053억 원)을 넘어 집행률이 123.2%였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초부터 문재인 케어를 겨냥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문재인 케어'를 핵심 보건의료 정책으로 삼았다. 환자들이 진료비 부담을 덜어 MRI 같은 고가의 의료기기도 이전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시 야권(현 여권)은 건보 재정 부담이 커졌다며 문재인 케어를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복지부에 개선을 권고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도 업무보고 때 "방만한 건보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의료기반과 중증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10월까지 집중적으로 논의해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 500일 이상 외래 이용자 증가 현상 △건강보험 자격도용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부적정 이용 사례 △민영 실손의료보험 문제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이 차관은 '현 정부의 전 정권 지우기'로 비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듯 "국민의 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 유지한다"며 "필수의료분야는 두껍게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