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18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강경 투쟁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측도 전날 이들을 형사고소하면서 교섭 재개 등 당분간 접점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조합원 70여 명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사흘째인 이날도 조합원 10명이 고공농성을 이어갔고 1층 로비에 20명, 본사 외부 인도에 설치한 천막에서도 60여 명의 조합원이 자리를 지켰다.
민주노총도 화력을 지원했다.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오후 하이트진로 본사 앞 3개 도로에 집회신고를 내고 1,000여 명을 동원해 집단해고와 손해배상소송 철회를 촉구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를 광고판에 올라가도록 만든 하이트진로 자본과 그 자본을 비호하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건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2지회 조직차장은 전화 통화로 “긴장감으로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면서도 “목숨을 걸고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회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회계사 등도 참석해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경찰은 10개 기동대, 6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때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집회현장을 촬영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항의하면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측도 본사 불법 점거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전날 화물연대 집행부 4명과 본사 점거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및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심각한 생산 차질이나 물리적 충돌을 빚지 않는 한 경찰력 투입은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역시 지지부진하다. 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 이천ㆍ청주공장의 화물운송위탁사인 수양물류 측은 이날 10여 차례에 걸쳐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