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은수저'... 천정부지 치솟는 드라마 제작비

입력
2022.08.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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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신드롬이 남긴 숙제] 
껑충 뛴 드라마 가격
TV·OTT 플랫폼 출혈 경쟁 '시장 내홍' 
"보편적 시청권 위축" 우려
제작사는 "좋은 콘텐츠 대우해 시장 키워야"

드라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100억 원대면 대작 축에 속했지만 이젠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다. 콘텐츠 산업 현장에선 400억 원 이상 투입된 초대형 드라마가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많은 돈이 투입되면 SF 등 드라마 장르의 다양화와 높아진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플랫폼 업체들 간 과다 경쟁으로 제작비 거품이 발생해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한류 스타 동반 출연·해외 촬영해도 130억이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는 ENA라는 인지도가 낮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됐지만 태생 자체는 '은수저'다. 드라마 제작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영우'는 요즘 제작비 평균인 120억 원 선(회당 7억5,000만 원·16부 기준)을 웃도는 150억~2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면 극 중 우영우(박은빈)가 달려오는 광고 등 공격적으로 펼친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총 제작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송혜교와 송중기 등 한류스타가 출연하고 그리스 등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130억 원·2016)보다 많고 이정재와 정우성 등 충무로 간판스타들이 출연해 올여름 극장에 걸린 영화 '헌트'(205억 원)와 비슷한 제작 규모다. 제작비 200억 원은 영화로 치면 약 500만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금액이다. 드라마를 기획하는 업계 관계자는 "'우영우'엔 회당 출연료가 억 단위인 한류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요즘 드라마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500억 드라마' 제작까지

제작비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①배우 출연료와 ②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스태프 인건비가 올랐고 ③컴퓨터그래픽(CG) 등의 강화로 후반 작업비가 늘었다. 중견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한류 스타의 경우 OTT 작품 출연 시 회당 출연료로 7억~8억 원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작비 상승 요인이 많아지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작품들이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이달 종방 후 내년 시즌2 방송을 이을 tvN '환혼'을 비롯해 9월 공개될 넷플릭스 '수리남', 늦가을 이후 방송 예정인 KBS '커튼콜', JTBC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내년 초 공개 예정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400억 원 규모로 제작되는 공효진 이민호 주연의 tvN '별들에게 물어봐' 등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로 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비도 덩달아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디즈니+는 초능력 액션 영웅물인 '무빙'에 500억 원을 투입했다. 류승룡과 조인성 등 톱스타를 줄줄이 섭외해 기획한 뒤 지난달 촬영을 마쳤고, 공개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S 부사장 "'우영우' 못한다"고 한 이유

드라마 제작비 상승에다 드라마 확보를 위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장 비상이 걸린 쪽은 지상파 측이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KBS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덕재 KBS 부사장은 "'우영우'가 큰 히트를 치고 있지만 그런 드라마를 우리는 못한다"며 "너무 비싸서 SBS에서도 만지작거리다 못하고 돌려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연간 12개 정도였던 지상파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편성 편수는 많게는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경영 악화에 허덕이는 지상파로선 비싼 드라마를 사게 되면 다른 드라마 확보에 차질을 빚게 돼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무료)이 위축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영우'는 애초 SBS에서 방송될 뻔하다 케이블채널 ENA에 최종 편성됐다. ENA의 모회사인 KT가 '우영우'를 사들이기 위해 132억 원(회당 8억2,500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베팅이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돼 드라마 제작비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적절한가" vs "미국 5분의 1도 안 돼"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드라마 가격 급상승을 우려하는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A 제작사에서 드라마 방송권 비용을 너무 높게 불러 구입을 포기했다"며 "자본주의 논리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제작비 상승과 더불어 널뛴 시장 가격이 과연 적절한 금액이며 국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스튜디오 관계자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비는 미국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면 좋은 콘텐츠를 대우해 제작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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